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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화된 구조적 비리 발본색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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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화된 구조적 비리 발본색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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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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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4개월간 부산항운노조를 대대적으로 수사한 검찰이 신항 전환배치, 노조 가입·승진, 일용직 공급 등에서 구조적인 채용 비리를 확인해 전·현직 노조 간부 등 수십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에도 검찰 수사로 40여명이 구속기소 됐으나 취업·승진 비리는 여전했다. 노조 간부 친인척이 불법으로 항만에 취직하거나, 항만에 일용직 독점 공급 구조를 구축해 터미널운영사와 유착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김상식(53), 이모(70) 전 위원장과 터미널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31명을 기소(16명 구속기소)하고 달아난 항운노조 지부장 1명을 지명수배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보면 항운노조의 전통적인 취업·승진 관련 금품 비리는 여전했다. 조합원 가입에는 3000만∼5000만원, 조장 승진은 5000만원, 반장 승진은 7000만∼8000만원, 복직이나 정년 연장 시에도 2000만원의 뒷돈이 오갔다.


이 전 위원장 등 노조 간부 14명이 취업, 승진 대가 등으로 챙긴 돈만 10억원이 넘었다. 취업 자격이 없는 노조 간부 친인척 등을 부산신항 물류 업체에 불법 취업시킨 새로운 유형의 조직적인 채용 비리도 드러났다. 김 전 위원장과 노조 지도부는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노조 간부 친인척 등 외부인 135명을 유령 조합원으로 올린 뒤 이 중 105명을 부산신항 물류 업체에 전환 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항 업체에 숙련된 인력을 제공한다는 전환배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항만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인을 항운노조원으로 꾸며 취업시킨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근무여건이 좋은 신항으로의 전직을 꿈꾼 기존 노조원은 전환배치 기회를 잃었고 외부인이 채용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특히 불법 취업한 이들 중 60%가 반장 이상 노조 간부의 친인척이거나 주변인이었다. 부산항운노조와 일용직 공급업체, 터미널운영사의 유착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산항운노조는 2014년부터 일용직 항운노조원을 터미널운영사 등에 공급하며 노무관리를 Y사에 대행하도록 했다. 항운노조 지부장 친형이 운영한 Y사는 일용직 공급권을 독점하며 설립 2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을 거두는 등 급성장했지만, 법인 자금 50억원을 빼돌려 부동산, 외제 차를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교도소 내 인권침해를 조사해야 할 국가인권위 간부가 되려 지위를 이용해 구속된 이 전 노조위원장 특별면회와 가석방을 청탁했고 이 전 위원장이 풀려난 뒤 측근을 통해 3천만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인권위 부산 소장으로 재직한 이 간부는 부산항운노조 간부와 공모해 항운노조 조장 승진 대가로 2천만원을 챙겼고 항운노조 지부장에게 지인의 취업 청탁금 300만원을 건넨 혐의도 있다. 부산에서 인권운동을 해온 이 간부는 인권위 재직 전부터 이 전 위원장과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자신의 임무와 권한을 정반대로 이용하며 비리를 저질렀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되고 말았다. 부산항운노조 비리는 단순한 채용 비리를 넘어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적 비리로 진화한 모양새다.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노조의 간부들이 내부 견제와 외부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온갖 방법으로 사익을 챙긴 행위는 매우 개탄스럽다. 노조 간부와 결탁한 인권위 간부의 행태는 더 할 말을 잃게 한다. 지난달에는 한 조합원이 부산항운노조는 자정 능력을 잃은 세습 마피아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지난 2월에는 부산지검 특수부가 항운노조의 수사 대비 교육 등 조직적인 수사 방해 행위를 강력히 우려했다. 부산항운노조는 임원 수 대폭 감축과 과감한 개혁을 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셀프 개혁'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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