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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해치는 행위 반드시 뿌리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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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해치는 행위 반드시 뿌리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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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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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자신의 가족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를 살찌우기 위해 그룹 계열사들에 김치와 와인을 억지로 팔아넘겼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김치는 일반 김치보다 2~3배 비쌌지만 식품위생법 기준도 맞추지 않은 불량 김치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사업부인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역시 총수일가 지분율 100%인 '메르뱅'으로부터는 합리적 기준 없이 와인을 사들인 사실을 적발해 이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은 물론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또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그룹 계열 골프장인 휘슬링락CC가 공급한 김치 512t을 95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김기유 실장이 김치 단가를 종류에 관계없이 10㎏에 19만원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서 계열사별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했고, 각 계열사는 이를 받아 다시 부서별로 물량을 나눴다. 계열사들은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으로 사들여 직원들에게는 급여 명목으로 택배를 통해 보냈다. 직원들이 김치를 직접 산 것은 아니고 '보너스'처럼 받은 것이지만, 태광산업 등 일부 계열사는 이 김치를 사려고 직원들의 사내근로복지기금에도 손댄 것으로 드러났다. 휘슬링락CC 김치를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구매하게 된 것은 휘슬링락CC가 속한 회사인 티시스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휘슬링락CC는 원래 동림관광개발(총수일가 지분 100%)이 설립한 회원제 골프장이었으나 영업부진으로 고전하다 티시스에 합병됐는데, 합병 이후 티시스의 실적까지 나빠지게 되자 이를 만회하고자 '김치사업 몰아주기'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직원들이 받은 김치는 제대로 된 김치도 아니었다. 강원도 홍천의 한 영농조합에서 위탁 제조됐으나 식품위생법에 따른 시설기준이나 영업등록, 설비위생인증 등을 준수하지 않아 고발돼, 현재 재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김치는 월등히 비쌌다. 알타리무김치든 배추김치든 1㎏당 1만9000원으로 계열사에 팔렸다. CJ '비비고' 김치의 경우 배추김치는 ㎏에 6500원, 알타리무김치는 7600원이라는 점에서 태광의 '회장님표' 김치는 2~3배 비싼 것이다. 휘슬링락CC 김치의 영업이익률은 43.4~56.2%에 달해 2016~2017년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3~5%)의 11~14배에 달한다. 태광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과정은 그동안 재벌가에서 보여준 내부 일감 몰아주기의 전형이다. 총수 일가가 100% 투자한 회사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고 여기서 생긴 이익을 현금이나 배당으로 받아 배를 불려가는 수법이다.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일가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거나 배당받은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늘려가며 편법 경영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는 동등한 위치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공정경제의 취지를 해치는 행위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일감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와 관련해 재벌이 제재를 받은 것은 하이트진로, LS, 효성, 대림, 동부 등에 이어 태광이 6번째라고 한다. 더욱이 2013년 8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규제가 도입된 뒤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의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 부당이익을 제공한 케이스는 메르뱅이 처음이다. 직원들이 직접 산 것이 아니고 급여나 보너스 명목으로 줬다고 하더라도 총수 일가의 사익을 위해 계열사를 동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 돈을 직원들에게 직접 지급했다면 보다 적절한 다른 곳에 썼을 것이다. 직원들이 강제로 급여나 보너스를 깎이면서 총수 사익편취에 동원된 꼴이다. 김치와 와인 업계도 분명한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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