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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칼럼 “정부야, 너 믿고 살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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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칼럼 “정부야, 너 믿고 살면 안되겠니?!”
  • 대기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4.02.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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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사고는 제왕적 힘에 취한 도선사와 피노키오 코를 가진 GS칼텍스, 대책 없는 정부 등이 합작해 빚어낸 참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자 우리나라의 대표적 청정해역의 하나인 여수 앞바다가 다시 죽음의 검은 기름으로 얼룩지고 있다. 더욱이 이 지역은 지난 1995년에만도 두 차례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지역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여수 앞바다는 즐거운 설 명절 대신 악몽의 날이 돼 버리고 말았다. 이날 오전 10시께 싱가포르 국적 16만t급 유조선 ‘우이산(WU YI SAN)’호가 원유를 내리기 위해 GS칼텍스 선석에 접근하던 중 송유관 잔교를 들이받아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돼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해양경찰청은 중간수사결과 “‘우이산’호가 도선사 두 명과 접안선 6대의 도움을 받아 여수시 낙포각 원유 2부두에 접안을 시도하다가 배의 앞부분이 부두 및 송유관 잔교와 충돌하여 송유관이 파손, 16만4000L(820드럼)의 원유가 해상에 유출된 사고”라고 공식 발표했다. 또 사고원인과 관련 “여수항은 강제 도선 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입출항하는 유조선 등 대형 외항 선박은 도선사에 의해 입출항 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가 발생한 우이산호는 여수항 도선사지회 소속 도선사 2명이 조선해 원유부두로 접안을 시도하던 중 안전한 속력(보통 3-5노트)을 유지하지 않고 약 7노트의 속력으로 무리하게 접안을 시도해 충돌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름유출 사건은 19년 전인 1995년 11월 17일 발생한 ‘호남 사파이어’호 사고와 너무나 흡사해 마치 사고의 복사판을 보는 듯하다. 19년 전 ‘호남 사파이어’호는 GS칼텍스(당시 LG정유) 원유 제 2부두를 들이받아 배에서 기름이 유출됐던 사고로 당시에도 도선사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20년 간격을 두고 재발하자 사고 지역인 신덕마을 주민들과 여수 시민들은 망연자실함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해역에서는 ‘호남 사파이어’호 사고가 나기 4개월 전인 1995년 7월에도 GS칼텍스사의 키프로스 국적 14만t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원유 9만 8000t과 벙커C유 1000t이 유출돼 죽음의 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번 여수 앞바다의 ‘우이산’호 사고의 문제점과 재발방지를 위한 해답은 해경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첫째는 사고의 직접원인이 되고 있는 도선사 관리의 허술함을 들 수 있다. 선장을 도와서 선박이 안전하게 부두에 접안하거나 출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실질적으로는 도선사가 접안 및 출항을 총괄하고 있는 실정) 도선사는 도선사 협회를 결성해 막강한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여수항의 경우 40여 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개별 사업자로 5억여 원의 연봉을 받고 있으나 선박의 접안 및 출항에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이나 통제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호남 사파이어’호 사고도 이런 도선사의 잘못으로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 해당 주민은 물론 국가적 재앙을 초래했고 이번 ‘우이산’호 사고도 도선사가 평소 안전속도의 2-3배인 7노트로 무리하게 접안하다 발생한 사고로 밝혀지고 있다. 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 도선사에 대한 지도감독은 물론 외국처럼 대학에 도선사 전공학과를 설립해 상호 경쟁체제와 실력을 키워가는 방안 등 현행 도선사 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한 실정이다. 둘째, 원유 유출량의 축소보고에 따른 초기대응 실패 역시 사고를 키운 원인이 되고 있다. 사고 발생 초기 GS칼텍스측은 유출된 원유의 양이 800L라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16만 4000L로 밝혀져 GS칼텍스 측이 발표한 양의 205배가 넘는 원유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이는 사고 초기에 정확한 양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실정을 감안하더라도 GS칼텍스측이 지나치게 축소해 사고를 더 키웠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애당초 원유 유출량을 축소하지 않았다면 방제작업의 규모나 대처가 달라졌을 것으라는 점을 감안 한다면 결과적으로 GS칼텍스 측이 초동방제를 방해한 꼴이다.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나아가 사고 수습마저 방해하는 기업은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을 위한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당국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대응 역시 망각해서는 안 될 교훈이다. 원유 유출은 국가적 재앙임에도 잊을만하면 되풀이 되고 있으나 실효성 있는 재난 및 위기관리대책을 찾아볼 수 없다. 현지에 내려온 해당부처 장관이 기껏 한다는 소리가 “처음에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보고 받았다”거나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장관이 할 소린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장관의 대책 없는 소리에 주민들의 억장이 더 무너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번 사고는 제왕적 힘에 취한 도선사와 피노키오 코를 가진 GS칼텍스, 대책 없는 정부 등이 합작해 빚어낸 참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려 일벌백계해야 함은 물론 기름유출 사고가 왜 반복해 발생하는지 면밀하게 살펴 국민들이 재난으로부터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재난관리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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