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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우리나라 체육계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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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우리나라 체육계의 현주소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태백담당>
  • 승인 2014.02.27 0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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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뒤로하고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아쉽게 목표 달성을 못했지만 온 국민에게 기쁨과 흥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안긴 대회로 남았다.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안긴 피겨 여왕 김연아를 비롯해 아시아권 선수로는 상상치 못했던 스피드 스케이팅 500m 2연패를 달성한 이상화, 비록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지만 6번의 올림픽 참가라는 인생의 대기록을 만든 이규혁, 쇼트트랙에서 지난 대회 불운을 딛고 2관왕에 오른 박승희와 고교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세계 최고 실력을 뽐낸 심석희 등 소치 올림픽을 통해 안타까운 점은 러시아로 귀화(歸化), 금메달 3개를 따낸 빅토르 안으로 재조명된 우리나라 체육계의 현주소다. 러시아의 소치에서 개최된 겨울올림픽에서 8년이라는 공백기를 이기고 500m(금), 1000m(금), 1500m(동), 5000m 계주(금) 등 전 종목을 석권함으로써 빙상의 에이스로, 쇼트트랙의 최강자로 우뚝 선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의 숨은 이야기(behind story)는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희비(喜悲)를 교차케 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네 차례의 무릎수술, 빙상연맹과의 불화, 소속팀(성남시청) 해체 등의 이유로 2011년 12월 조국인 한국과 작별하고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가 갖은 역경을 극복하고 쇼트트랙의 황제로 복귀한 것에 대해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내면서 한편으로 세계 1등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를 자기의 뜻에 따르지 않는다 해 내친 지도교수와 빙상연맹의 전횡에 애통해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도자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수가 진로를 선택할 경우 그 선수를 완전히 사장시키는 분위기가 체육계에 만연돼 있다는 사실에 대해 통탄하고 있다. 이것은 지도부의 만행이고 폭거다. 막대한 예산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있는 국가를 배신하는 행위이고 직접 당사자인 선수에게 평생의 한을 심는 행위이며 공명정대를 생명으로 하는 올림픽정신에 먹칠을 하는 행위인 것이다. 빅토르 안이 금메달을 목에 건 후 빙판에 엎드려 얼음을 녹일 만큼의 진한 눈물을 쏟아낸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체육계의 비리와 추문은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뿌리 깊은 파벌과 독단적인 체육행정 등의 비정상 상태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승부조작을 비롯해 고질적인 상업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체육계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스포츠맨십의 숭고성이 크게 멍들고 있다. 체육은 스포츠맨십의 산물이어야 한다. 스포츠맨십은 한마디로 정정당당한 게임(fine-play)의 정신과 자세를 말한다. 게임의 룰을 준수하며 실력 대 실력의 경기를 펼치는 정신이고 자세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기고 봐야 한다는 사고와 행동은 절대금기 사항이다. 상대선수의 실수로 인해 무임승차하는 것도 배척해야 한다. 오로지 게임의 내용과 질로 승부를 가리는 클린 플레이(clean play 깨끗한 경기)여야 한다. 각 종목을 통해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고 그 것을 체력예술로 승화시키는 신체재창조의 활동인 것이다. 그렇기에 각종 운동경기에는 사심과 편파와 부정이 개재될 수가 없다. 학연이나 파벌 등에 의한 판정조작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아니 된다. 이러한 행위는 공동의 적으로 간주된다. 경기에서의 정정당당한 게임법칙은 사법부에서의 양심과 정의 등의 기준보다 더욱엄격하고 철저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스포츠맨십을 흔히 신사도로 표현되는 소이가 여기에 있다. 체육계는 스포츠맨십을 생명처럼 아끼고 존재가치로 삼아야 한다. 운영 및 선수관리 등에 있어 한 치의 사(私)가 없이 공정해야 한다.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체육계의 부조리와 난맥상의 문제는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불의와 부조리, 파벌주의와 조직사유화 등이 발붙일 수 없게 하여야 한다. 청정운영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실력과 잠재력만이 기준이 되는 선수 선발 및 육성체계를 갖춰야 한다. 러시아가 빅토르 안을 ‘맞춤형 지도’를 통해 3관왕의 주인공으로 키우듯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훈련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해 탁월한 기량과 능력을 갖춘 선수가 본인의 뜻이 아닌 감독 및 코칭 스텝의 사적인 감정과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축출되고 부득이 국적을 바꿔 타국의 선수로 출전하게 하는 비극이 발생되지 않게 해야 한다. 다시는 빅토르 안이 러시아로 귀화해 쇼트트랙의 영웅으로 등극한 것에 대해 미국신문 샌디에이고 유니언트 리뷴이 비판했듯이 ‘미국 농구계의 총아로 존경받는 마이클 조던을 쿠바 대표로 출전하게 하는 것과 비슷한’ 수치스러운 처사가 행해져서는 아니 된다. 제2의 안현수가 나와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빅토르 안이 한국의 체육계에 주는 무언의 메시지라 본다. 이를 계기로 체육계의 새로운 탄생을 권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체육행정이 일신되기를 바란다. 운영체계의 대폭적인 개편과 스포츠맨십의 철저한 구현을 통해 체육계를 정정당당한 정신과 자세의 본산(本山)이 되게 해야 한다. 이제 오륜기는 평창으로 넘어왔다. 남은 4년. 절대 긴 시간이 아니다. 안방에서 ‘빅토르 안 키즈’에 또다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빙상경기연맹은 조직과 제도를 빠르게 정비하고 선수를 발굴·육성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제 우리 마음속에서 ‘빅토르 안’을 놓아야 할 때다. 이젠 평창이다. 우리의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펼쳐지는 세계인의 잔치에서는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구현되는 축제의 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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