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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칼럼-안철수와 가혹한 새정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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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칼럼-안철수와 가혹한 새정치 실험
  • 대기자/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4.03.0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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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새정치연합의 깃발이 내려지면서 환영이나 비난에 앞서 오로지 선거의 셈법만을 생각하는,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먼 정치행태를 다시 보게 된, 그리고 앞으로도 보게 될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양측은 가장 이른 시일내에 새 정치를 위한 신당창당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정권교체를 실현하기로 했다” “신당은 기초(단체장.의원)선거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이행하고,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를 타파하기 위해 정치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언하며 새정치를 부르짖던 새정치연합의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밝힌 합당선언의 핵심이다.원래 ‘새정치’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새’를 좋아해서 이를 이름에 붙여 ‘낡은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애를 쓰고 있다. 그래서 안의원의 트랜드가 ‘새정치’였고 국민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안의원은 ‘새로움’에 대한 식상함만 남긴 채 국민들이 자신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게 했다.머물쩍한 명분 쌓기나 자기 합리화는 국민들에 대한 기망으로 보일 수 있고 그에게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의 차원을 넘어선 충격이다.안의원의 한 측근은 민주당과의 합당을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 간다”고 표현 했다. 호랑이는 물리치고 잡아내야 할 구태이고 이 구태가 민주당이기 때문에 구태의 본산으로 들어가 새로운 정치를 이뤄내겠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이는 주객전도다. 국민들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사람이 명포수가 아니라 총 한 번 쏘아보지 못한 햇내기 포수의 운명을 더 걱정하고 있다.더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포장한 자기변명의 이 말은 1990년 김영삼이 노태우. 김종필과 합당하면서 했던 발언이다. 25년전의 낡은 상황을 새정치를 하겠다며 인용한 것은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권력의 입장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저를 새정치의 도구로 생각해준 국민여러분께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제가 가장 기대를 가졌던 호남과 서울 등에서 지지도가 서서히 빠지고 좋은 인물을 구하기도 힘들었습니다. 더구나 창당에 따른 수십억원도 마련할 수가 없습니다. 제게는 위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민주당에 들어가기로 한 이유입니다. 새정치하겠다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구태로 싸잡아 비판했지만 그렇다고 새누리당으로 갈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합당하여 만들 신당의 이름을 ‘새민주당’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저의 새정치연합을 흡수하는 모양이 될 수 밖에 없어 새로운 당명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나마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원에 대해서는 당에서 공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합리화하고자 합니다. 그래도 새정치의 노력은 계속할테니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솔직하게 말 했어야 한다. 안철수 아니면 할 수 없는 말을 했어야 한다.어쩌면 안철수의 새정치는 애시당초부터 실존부재의 정치였는지도 모른다.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밝힌 명분이 안철수의 본 면목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통해 기존의 낡은 정치틀을 바꿔보고자 했던 지지자들에게는 최소한의 도리를 갖춰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에게 합당하는 것을 바라며 그에게 희망을 보였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새정치를 부르짖던 안의원의 민주당행으로 한국 정치용어에서 ‘새정치’는 이제 식상함으로 바뀌고 있다. 야권분열을 우려하던 민주당은 일제히 환영하고 있고 야권분열로 어부지리와 반사이익을 얻고자 했던 새누리당은 ‘야합’이라고 거칠게 비난하고 있다. 손익계산에만 바쁜 것이다. 민주당은 기쁘기 그지 없고 새누리당은 슬프기 그지 없겠지만 기뻐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새정치연합의 정치실험이 좌초된데 대해서는 환영이나 비난에 앞서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한국정치의 한계를 보여준 안철수의 침몰에 대해 당리당략으로 접근할 일은 아니다. 새정치연합의 침몰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는 일이다. 정치권은 새정치연합의 깃발이 내려지면서 환영이나 비난에 앞서 오로지 선거의 셈법만을 생각하는,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먼 정치행태를 다시 보게 된, 그리고 앞으로 보게될 국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신기루였는지, 아니면 측근의 호언장담처럼 호랑이를 잡을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안철수 현상’은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희망이라는 마그마가 분출됐던 것이다. 마그마는 급격히 식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까지야 버릴 수 없는 일이다. 지표면으로 나온 마그마가 식은다하여도 활화산은 내부에서 더 뜨겁게 용솟음치는 법이다.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가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그의 역할이 ‘여기까지 였다’ 고 하더라도 정치권에 잠깐 동안 자기성찰의 계기를 준 것만으로도 하나의 가치였다고 생각할 일이다. 언젠가는 또다시 민주당에서건, 새누리당에서건 제 2의 안철수가 나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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