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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無能과 無責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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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無能과 無責任
  • 박희경 지방부장 포항담당
  • 승인 2014.07.0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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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말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정치의 최고 미덕은 물과 같다는 의미로, 이 지구상에서 가장 근본적인 물질인 물의 특성을 의미한다. 두개의 수소와 한 개의 산소가 합쳐 기상천외한 물이란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기체가 되었다가 다시 액체가 되고 또 고체가 되었다가 다시 액체로 변하여 있는 그대로 이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고 수용한다. 노도와 같은 해일이 몰려와 세상을 휩쓸어 버릴 수도 있고, 조용히 만물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기도 한다. ‘정치를 물같이 하라.’는 화두(話頭)는 모든 정치인들도 공감을 할 것이다. 정치의 교과서를 버려야만 물같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한국 정치,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 박근혜 정부의 인사문제, 거기다 동부전선 GOP 총기난사로 동료 전우들 10여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사건 등 끊임없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가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산 넘어 산이다. 정치란 물과 같이 잠시도 쉬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신과 변화를 하는 아메바 같은 유기체 조직이다. 이에 대응하는 정치는 일정한 틀에 묶여서는 안 된다. 복잡다단하고 변화무쌍하며 예측불허인 정치는 그릇이 없는 물처럼 모든 것을 치유하기도 해야 하고, 수용하기도 하며 포용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정치학 교과서를 버려라.’ 또는 ‘정치의 틀을 깨어라’라는 말이 오늘날처럼 정치혼란의 시기에 더 없이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청와대의 국정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국가개조는커녕 부패구조의 척결도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대통령의 상황에 맞지 않는 원칙주의가 더욱 정국을 꼬이게 하고 있다. 국민들은 열심히 살고 싶은데 우리를 이끌 정치권은 열심히 싸움질만 한다.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무능력 하지 않다. 다만 무책임할 뿐이다. 연이어 터지는 인사문제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세월호 참사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홍원 총리가 다시 컴백해 도로 정홍원 이란 말을 듣는데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남북한 문제도 꽉 막혀 있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민경제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원칙, 신뢰만 따지는 대통령만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갈 것이다. 대통령이 신뢰를 상실해 버리면 우리는 대통령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지금 정부는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책상머리에 앉아서 설익은 정책만 양산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수많은 국무위원, 청와대 수석들의 명석한 두뇌에서 무언가 획기적인 정책이 나올만한데 그들과 대통령 사이에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 청와대 수석들이나, 국무위원들과의 소통도 잘 안 되는데 국민들과 소통은 더욱 어려운 일 아닌가. 가끔 청와대에서 수석회의나 국무회의를 TV에 방영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만 얘기를 하고 국무위원이나 수석들은 대통령의 말씀을 메모를 하는 수준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그들이 누가 소신껏 의견을 개진하겠는가. 물론 청와대 현장을 보지 못해서 그렇지만 TV에 방영되는 것만 봐도 대통령의 불통 모습이 엿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릇이 없는 물처럼 모든 것을 치유하기도 하고, 수용하기도 하며 포용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지금의 정국은 무능력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정치권이 무책임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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