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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3] 서길원 칼럼 초고령사회를 맞는 순천시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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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3] 서길원 칼럼 초고령사회를 맞는 순천시의 선택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4.11.12 0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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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9988쉼터’는 노인문제를 노인의 시각에서 보고자 하는 것으로 단순한 경제적 지원에서 벗어나 노인들의 사회관계망 복원에서 출발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다. 총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으로 나타내는 고령화지수를 보면 지난 2000년 7.2%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래 2017년에는 14%로 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6년에는 고령화지수가 20%를 넘어 초 고령사회에 진입한데 이어 2050년쯤에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의 초 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이는 국가전체적인 평균치일 뿐, 전남의 경우는 고령화지수가 21.4%로 이미 초 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더구나 시·군단위의 농어촌 지역은 주민의 절대다수가 65세 이상으로 초 고령사회에 접어든지 이미 오래다. 시골마을에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젊은이가 없어 70대 이장이 흔한 농어촌은 전 지역이 ‘실버타운’이 됐다. ‘농어촌에서는 60세가 청년’이라는 말은 우스개소리가 아니라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초 고령사회는 다가오는 어느 시점에 발생할 미래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사회문제다.그동안 노인문제는 주로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취급돼 왔다. 소득과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고 연금지급에 따른 국가예산을 걱정해 왔다. 틀린 지적이 아니다. 옳은 지적이고 당연히 대비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정작 노인의 시각에서 노인문제에 접근하는 데는 소홀한 게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나도 노인이 된다’는 분명한 사실을 관념적으로만 인식할 뿐 실체로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가 아직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부족한 사회적 합의 속에서 노인문제가 노인의 시각에서 정부정책이나 지자체 행정의 우선순위로 받아들여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노인이 된다’는 명제를 실체로 받아들여 노인의 시각에서 노인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지방자치단체와 단체장이 있다는 것이 관심거리가 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필자가 거주하는 전남 순천시의 고령화지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7%에 달해 전남지역 평균치보다는 노인인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아직은 고령사회로 초 고령사회는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순천시에 지난 해 부터 ‘9988쉼터’가 들어섰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알아차렸겠지만 ‘99세까지 88하게’라는 의미를 담은 노인쉼터다.‘9988쉼터’는 핵가족화와 가족의 부양 기능 약화로 가족이나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된 독거노인의 고독사, 치매, 우울증 예방을 위한 대책으로 경로당이나 마을회관, 빈집 등을 개보수하여 어르신들이 공동거주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 시설에 5~10명의 어르신이 공동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줌으로써 외로움 해소와 독거사예방, 새로운 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경로당 등의 시설에 생활가전제품, 옷장과 침구류 등을 구입 지원하고 운영비와 난방비를 지원함으로써 다시 사회적 유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 여기에 요가, 체조, 전통 뜸, 치매예방, 약물오남용 교육 등 어르신들의 일상생활에 유용한 프로그램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다시 말해 ‘9988쉼터’는 노인문제를 노인의 시각에서 보고자 하는 것으로 단순한 경제적 지원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은 누군가와의 유대관계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명제아래 노인들의 사회관계망 복원의 필요성에서 출발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적 지원 못지않게 그들이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여 스스로 존엄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조충훈 순천시장의 신념에 따른 것이다.

조 시장은 이에 대해 “지난 2012년 농촌지역 마을을 돌아보면서 어르신들이 추운 겨울 낮에 경로당에서 지내다가 해질 무렵이면 냉기가 가득한 집으로 돌아가 혼자 밥을 지어 드셔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고 무척 안타까웠다. 그 때 내가 시장이 되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사시는 방법을 찾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시장에 당선되어 9988쉼터를 본격 추진했다.”고 발상의 동기를 밝혔다.

 ‘9988쉼터’마다 자원봉사자나 의료진 등과의 자매결연은 물론 일자리 제공이나 독립된 담당부서 신설 등 고민하고 더욱 확대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이제 첫 걸음을 떼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순천시의 ‘9988쉼터’가 초 고령사회를 맞는 대한민국 노인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면서 창조지역사업의 새로운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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