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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화의 ‘마약’야구, 포항의 ‘똥줄’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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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한화의 ‘마약’야구, 포항의 ‘똥줄’야구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5.19 0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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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의 시즌 초반 돌풍이 거세다.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며 야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짜릿한 끝내기 순간까지 만원관중을 붙잡아 놓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마리한화’다.한화의 경기를 보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마리화나)과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화의 마약야구 원동력을 무엇일까. 야구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끈끈한 팀워크라고, 한화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난 후 시즌 초반부터 총력전을 펼치며 지지 않은 야구를 구현하고 있다. 이기고 있어도 역전을 당할 것만 같았고 이래저래 불안했던 한화였다. 2009년부터 6년간 5차례, 지난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사뭇 다르다.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오랫동안 패배의식에 길들여져 있던 선수들의 투지가 되살아나면서 한화의 눈부신 변화를 이끌고 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용병술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이겨야 할 경기에 핵심 선수들을 총동원하며 포스트시즌처럼 치열한 경기를 펼친다. 눈앞의 1승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들은 경기 후 특타와 지옥의 펑고를 피해갈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의 ‘내일이 없는 야구’가 한화를 환골탈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의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과거 매번 경기에서 지면서도 열심히 응원하며 기다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불명예스러운 한화 ‘보살팬’들의 가을야구 희망은 그 어느때 보다 커지고 있다. 반면 포항은 어떤가. 야구판에 빗대어 보면 ‘똥줄야구’다. 한마디로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포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는 데다 동국제강 포항 후판공장 폐쇄설까지 나돌면서 지역경기는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포스코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며 경영 효율성 향상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이미 바닥을 친 지역경기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포항시 행정도 사정은 다를 바 하나도 없다. 사실상 무산된 포항테크노파크 2단지 조성사업과 관련, 최대 투자사인 포스코건설이 포항시를 상대로 100억원 가까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만약 포항시가 소송에서 패소하면 당시 사업을 최종 결정한 박승호 전임 시장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어 줄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다 두호동 롯데마트 입점문제를 비롯 생활폐기물에너지화시설 사업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재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재 포항에는 ‘우리’보다 ‘개인’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다보니 위기에서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서로에게 원망만 늘어놓고 있다. 포항시 스포츠 행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생활체육회 집행부 내부가 심각한 내분을 겪으면서 사무국장이 사퇴하는 등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데도 시가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입장도 안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 줄 수 있는 위치인 것도 분명하다. 무엇이 이같은 사태를 불러 왔는지는 말 하지 않아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터라 구지 재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체육인들 사이에서는 포항시생활체육회가 일부 정치인의 헤게모니를 잡기위한 수단으로 변질돼가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같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생활체육회는 일개 정치인이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앞서 말한 한화의 사례처럼 열정과 집념, 의지와 성취욕을 바탕으로 ‘나’보다는 ‘우리’가 우선시 될 때 포항의 변화와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한화 김승연 회장과 보살팬들이 나서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것처럼 꽉 막힌 포항의 혈을 시원하게 뚫어줄 ‘신의 한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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