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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민을 하늘같이 모시는 정치인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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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민을 하늘같이 모시는 정치인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정치인이다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5.05.27 0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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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과 아첨은 다르다. 남에게 잘 보이거나 환심을 사기위해 알랑거리는 행위가 아첨이다. 구부정하다와 허리를 감싸 안는다가 합쳐서 요사(妖邪)를 떤다는 뜻이라고 한다. 김대중 정권 때인 1998년, 국세청장이 부하 수십 명을 청와대 만찬에 인솔해놓고 대통령을 향해 ‘백골난망의 은총’에 감읍(感泣)하는 건배사를 한 것이 대표적인 아첨이다. 취임식 날 새벽 3시에 마니산에 올라가 100번 절을 올렸다는 그의 자랑과 4·19때 이기붕 집을 불사르던 기백과 용기로 국세청을 이끌겠다며 충성을 맹세했던 기억도 새롭다. 참으로 기발한 아첨의 극치다. 2000년 김대중 정부의 네 번째 법무부 장관이 “태산 같은 성은(聖恩)으로 목숨 바쳐 충성”하겠다는 유명한 충성 메모파동을 기억할 것이다. 무슨 왕조시대도 아닌데 성은(聖恩)이 왜 나오는가. 그는 취임한 지 43시간 만에 결국 헌정사상 최단명 장관으로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남의 입에 오르는 아첨은 자신을 올무로 가두고 마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 때도 비슷한 일은 이어졌다. 당시 외교부장관은 일가견도 간단치 않다. 그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외교 역량이 미치지 못할 때 대통령께서 명쾌한 지침을 주셔서 앞길을 가르쳐 준신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는 막간의 인사도 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했던 강연내용 일부는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색깔론자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변형된 색깔론자들의 광신적 특징은 대한민국 헌법을 자기들만 해석하고 판단하는 오만과 착각 속에 그들만의 대한민국 정체성으로 세상을 재단한다는 점이다” 이런 식의 아부 성 충성맹세는 오늘 날에는 없을까? 얼마 전 이완구 전 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에 청와대 오찬자리에서 박대통령에게 ‘대통령 각하’라는 호칭을 세 번이나 해서 구설수에 오른 일도 있다. 그러나 그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헌정사상 최단명 총리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어느 정부에서든 분명 아부하는 관료나 정치인이 있었을 것이다. 장관으로 임명되면 가문의 영광이고, 대대로 족보에 올라 빛낼 수는 있다. 그렇다고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행위는 충성이 아닌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아첨인 것이다. 공무원 세계에서도 이런 일은 다반사다. 분명히 잘못된 일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질책이 두려워 얼렁뚱땅 넘어가는가 하면, 조그만 성과를 마치 대단한 일을 한냥 부풀려 자신의 치적 쌓기를 하는 그런사람을 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 여러 사람들의 냉소와 조소를 자초하는 언행만큼 삼가해야 한다. 아첨이란 자신의 발 앞에 그물을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영광된 자리에 올랐다 해서 임명권자에게 ‘성은’운운하거나 ‘목숨을 걸어 충성’하겠다는 말은 조금은 지나치지 않을까?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든 각료(閣僚)나 정치인들이 진실로 충성해야 할 곳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이다.국민을 하늘같이 모시는 정치인이야말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정치인이다.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은 그 자리에 있게 한 모든 국민들에게 적어도 한두 가지는 행복을 가져다주어야 하지 않는가. 유권자 한 표, 한 표가 자신들을 만들었는데, 그저 으스대고 폼 잡을 줄만 알고 윗사람에게 아부나 하는 각료나 정치인이 있다면 그 국민들은 불행하다. 아첨이 출세의 방법이라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위를 보지 말고 아래를 보라. 5천만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아첨꾼들은 세상에 해를 끼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알량한 권세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자가 잘못을 저질러도 늘 ‘예’라고 하는 '예스맨'들이다. 그래서 크게는 국가와 사회, 작게는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상처와 손실을 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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