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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데이터중심요금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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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데이터중심요금제 시대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5.05.2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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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이 최근 새로운 데이터요금제를 출시했다.월 2만원대부터 데이터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쓰는 대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내는 제도로 통신요금제의 일대 변화라 할 만하다. 이통사들의 요금제 전환으로 전반적인 통신비 인하 효과와 함께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벤처기업과 서비스의 활발한 출현도 기대된다.음성통화 비중이 높은 이용자들은 크게 반기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다. 기존 요금제와 비교해 데이터 요금이 싸진 게 아니라는 점을 예로 '조삼모사 아니냐"는 주장이다. 정부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개선 요구를 회피하기 위해 만든 면피용 요금제라는 비판도 나온다.허나 따지고 보면 데이터중심요금제의 본질은 '통신비 인하'가 아니다. 통신요금을 책정하는 기준을 음성에서 데이터로 바꾸는데 있다. 이 같은 혼선은 정부 스스로 자초했다. 당정협의를 통해 마치 가계통신비 경감정책의 성과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요금제 출시 전 과정에 정부가 개입한 것도 사실이다.그렇다면 데이터중심요금제는 어떻게 나왔을까.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그 출발점은 '요금구조의 현실화'다. 음성에 비해 데이터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통사의 투자·자원이 데이터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관련 매출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쳐왔다. 음성매출은 정체된 지 오래다. 여기에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등 데이터 기반 신규 데이터 서비스가 주력 수익원인 음성과 문자 매출을 위협해왔다.음성·문자 수익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데이터 요금 합리화로 수익 불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 이 요금제의 기본 골격이다. AT&T, 버라이즌 등 해외 사업자들이 내놓은 데이터중심요금제들이 그렇다. 이들 해외 요금제가 데이터 요금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국내 이통3사의 1GB당 데이터 요금은 약 3000~6000원 수준. 일본은 7만500∼1만5000원, 미국 버라이즌은 무려 2만~8만2500원에 달한다. 올해 미국 시장에서 파란을 불러 일으켰던 구글도 1만1000원으로 2배 가깝게 비싸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요금제 개편 논의 초기 과정부터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을 내세운 정부가 깊숙이 개입됐다. 협의 쟁점은 '요금구조의 현실화'보다는 주로 '요금 인하'였다. 국내 이통사들이 미국, 일본 등의 데이터중심요금제와 비교해 요금을 훨씬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이다. 데이터중심요금체계로 개편한 뒤 해외 사업자들의 수익성은 높게 유지되고 있다. 한국형 요금제가 이통사들의 수익에 어떤 변수로 미칠 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당장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데이터 요금은 비슷한데 음성 무제한 구간이 2만원 가량 낮아졌기 때문.SK텔레콤이 관련 요금제를 발표한 19일. 정부는 데이터중심요금제 정책 성과를 발표하며 연간 최대 총 7000억원 이상의 통신비 저감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홍보했다. 이를 반대로 보면 통신 3사의 매출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이통사들이 정부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이면에는 정치·시민사회계의 '반(反) 통신사' 정서도 고려됐다. 선거 등 정치시즌만 되면 불거지는 '통신료' 쟁점 탓에 통신사들은 이미 '사회악(惡)'으로 간주될 정도다. 이 요금제 출시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이 일부 누그러지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요금제가 출시되자마자 일부 시민단체와 국회의원들은 "기본료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내놓고도 욕먹는 이통사들의 시련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본격적인 데이터요금제 시대 개막이 소비자의 편의와 혜택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통신소비 패턴에 적합한 상품을 고르는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도 중요하다.이통 3사의 요금제 전환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이통 3사가 최저 2만원대로 발표됐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실제로는 3만원대로 통신사 간 담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나라에는 없으면서 효과는 불투명한 요금인가제와 기본요금은 과감히 폐지해야 할 것이다. 과중한 통신비 부담의 근원인 비싼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제4이동통신을 허용하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를 활성화해 통신사업자 간 경쟁을 더욱 촉진시켜야 한다. 정부가 이통사들의 팔을 비틀기보다 치열한 경쟁으로 통신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이끄는 것이 소비자는 물론 통신사에게도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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