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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표명과 맞바꾼 확성기 방송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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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표명과 맞바꾼 확성기 방송중단
  • 포항/ 박희경기자
  • 승인 2015.08.25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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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확성기를 향한 포격 도발로 한반도를 초긴장상태로 몰고 갔던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이 25일 새벽에 극적으로 끝났다. 이번 접촉은 남북이 22일부터 25일 새벽까지 4일간 43시간 이상의 마라톤협상을 진행한 끝에 극적 합의를 이룬 것이다.


이번만은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북한의 도발에 우리는 대통령을 비롯 민과군이 합심이 되어 이번 남북접촉을 한마음으로 지켜보면서 그들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끌어내는데 성원을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마지못해 어정쩡한 유감표명으로 그들이 원했던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데 성공했다.


북한은 남북고위급 회담의 우위에 서기위해 온갖 병력과 군사무기를 총동원하여 우리를 압박했고, 우리 역시 데프콘2로 맞서 전쟁 일보직전까지 가는 위중한 사태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은 매우 중요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북한은 지뢰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하는 한편, 남한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키로 했다. 사과를 이끌어 내려했던 우리 측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언급하자, 이를 당근으로 활용하면서 확성기 방송중단을 요구하는 기민함도 보였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 민간교류 활성화 등에도 합의함에 따라 그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일 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는 저들을 믿을 수가 없다. 오늘 다르고 내일이 다른 저들이다. 한두번 속은 것도 아니다.
북한은 중국을 비롯한 우리의 맹방인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시 남북 고위급접촉을 돌아보면, 목함지뢰로 부상을 입은 병사들이 분명 있는데, 자신들의 소행이아니라고 발뺌을 하다가 결국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기 위해 어정쩡한 유감표명으로 시간만 끌다가 결론을 낸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전쟁위기에서 안정을 찾았을 런지는 몰라도, 고위급 남북접촉에서는 우리가 양보한 접촉이었다. 오늘 제대할 병사가 부대에 남아 생사를 같이한 동료 병사들과 같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했다. 제대한 병사들이 다시 불러주면 나라를 지키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참으로 위중한 상황에서 20~30대 우리 젊은이들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는 정말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 보이는 대목이었다. 또한 우리 국민들도 정부와 군을 믿고 일상생활에서 ‘사재기’도 없었고, 공포와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 우리 국민들도 어느 정도 북한에 대해 자신이 생겼으며 의연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이번 합의에서 확성기 방송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고 못 박은 대목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의 추가도발을 방지하고, 북한이 다시 도발을 해 올 경우 우리 정부는 언제든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가동할 수 길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실무를 맡았던 김관진 안보실장은 “지뢰도발 등 일련의 사건에 대해 우리는 북한이 주체가 되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며 “북한의 목표는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이었는데 (북한의 도발) 재발방지와 연계시켜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여러 가지 함축성 있는 목표 달성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우리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너무나 성급한 대처다. 북한이 접촉하자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 달려가고, 북한에서 약간의 양보는 무슨 큰 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환성을 지르는 우리의 태도가 문제다. 좀 느긋한 태도로 저들이 달아올라 사정을 할 때까지 지켜보면서 남북 접촉의 우위에서 회담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다음부터는 끌려가는 남북 접촉보다는 이끌어 오는 접촉으로 작은 당근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더욱 의연한 자세로 남북접촉에 응해 주길 바란다. 북한은 이번 합의로 끝낼 집단이 아니다. 또다시 도발을 하여 긴장을 조성하고 저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갈 것이다. 당장은 긴장이 해소되고 휴전선 근처 우리 국민들이 생업으로 돌아 간 일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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