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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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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 호남취재본부/ 서길원기자
  • 승인 2015.09.02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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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라는 풍조가 바뀌지 않는 한 경제대국 11위의 성적표는 정글의 지표일 뿐이다.

 
얼마 전 한국 어린이들의 행복도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는 보도가 발표된 적이 있다. 초등학교만 다녀도 대부분 고가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고 부모의 자가용으로 등하교하는 어린이들이 많은 우리의 어린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아동단체 '어린이사회'가 발표한 '2015 행복한 성장기 보고서'에서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국 15개국 가운데 행복도가 꼴찌로 불명예 1위를 차지 했다.
조사 대상국은 알제리, 콜롬비아, 영국, 에스토니아, 에티오피아, 독일, 이스라엘, 네팔, 노르웨이, 폴란드, 루마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한국, 스페인, 터키 등이다.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세계 10대 빈국으로 하루 세끼 끼니조차 해결하기 벅찬 아프리카 에디오피아 어린이들보다 불행하다고 여기고 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어린이사회가 2013∼2014년 15개 국가의 8, 10, 12세 어린이 5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가족, 경제력, 교우관계, 학교생활, 지역환경 등을 조사한 결과였다.
정부는 이런 어린이들을 불행에서 건져내겠다며 야심찬 프로젝트까지 발표했다.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해 2019년까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한 10년 안에 아동의 삶의 만족도를 OECD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아동의 삶의 만족도를 현재 60.3%에서 2019년까지 77% 까지, 행복지수는 74점에서 85점까지 끌어올리겠다며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마치 경제개발계획 수치같아 황당하지만 행복지수를 끌어 올린다고 하여 어린이들이 행복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더구나 한국은 어린이날을 제정해 법정공휴일로 인정하고 있는 거의 세계 유일의 국가다. 세계 50여 국가에서 국제 아동절인 6월 1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고, 여러 국가에서 나름의 특정일을 지정하고 있지만 정식기념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왜 우리 어린이들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가. 한국 어린이들이 가장 불행하게 느끼는 것은 학습 부담이다. 교육환경은 OECD국가 중 상위권에 속하지만 그 속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불행한 것이다.
또한 한국·중국·일본 3개국 아이들의 일상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한국 아이들의 조기교육 시간이 가장 많았고 반면 수면시간은 제일 짧았다.
자식의 공부를 위해 가족과 헤어져 사는 기러기부부도 마다하지 않고 모든 것을 희생하며 뒷바라지 하는 이 땅의 어른들은 그럼 행복한가.
천만이다. 어른들 역시 어린이 못지않게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과 보건컨설팅회사 헬스웨이가 최근 발표한 ‘갤럽·헬스웨이 2014 글로벌 웰빙’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145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11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45개국 15세 이상 남녀 14만6000명을 대상으로 삶의 목표, 사회적 웰빙, 경제적 웰빙, 공동체, 육체적 웰빙의 5개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한국인들의 경제 항목 만족도는 53위였으나 나머지는 대부분 100위권 밖이었다.
특히 한국의 만족도 순위는 2013년의 75위에서 1년 새 무려 42단계나 추락했다. 한국인들은 미국(23위), 일본(92위)은 물론이고 이라크(102위)보다도 만족도가 떨어졌다. 한국보다 뒤처진 나라는 아프리카 저개발국들과 아시아 빈국들이 대부분이었다.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인 우리의 자살률은 OECD국가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아 자살공화국으로 불리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OECD국가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2013년 한 해 동안 전체 사망자 26만6257명 중에 1만442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6분에 1명꼴이다.
문제는 세계 최고인 이러한 자살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전국민이 행복하지 않다고, 불행하다고, 그러다 보니 자살률이 전세계 1위라는 기록이 경제대국 11위 국가의 또다른 이면이다.
더불어 살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라는 풍조가 바뀌지 않는 한 경제대국 11위의 성적표는 정글의 지표일 뿐이다.
학생들이 학교를 학원처럼 다니고 학원을 학교처럼 다니는 나라, 취업을 할 수 없어 연애는 물론 결혼까지 포기해야 하는 나라, 늙은 부모의 부양을 강제화하기 위해 ‘불효자 방지법’을 만들어야 하는 나라, 휴전속의 분단된 현실을 강조하면서도 군대를 가지 않아도 총리며 장관을 하는 나라, 선거 주무장관이 여당의 선거필승을 건배사로 외치는 나라의 국민들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 것은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는 것은 정상적이지 못한 나라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자 호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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