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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진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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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진실한가?
  • 대기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11.18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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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없는 공무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영혼 없는 폴리페서’는 감담키 힘들 정도로 국민들을 슬프게 한다.

“통일을 앞두고 매우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자긍심과 역사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왕조시대 같으면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라며 머리라도 조아리고 싶다.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자긍심은 국가의 존재 가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국민들의 자긍심이 없는 나라는 존재 가치가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자긍심은 교과서의 국정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지도층이 되느냐에 국민들의 자긍심은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돌직구로 말하자. 첫 째, 이 나라의 장관들이 국민들로부터 ‘너나 잘 하세요’라는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
수치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오로지 권력욕만 있는 사람에게 장관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자긍심 운운해서는 안된다. 충성심만 보고 지도층에 임명한다면 독재국가와 하등 다를 바 없다. 맹목적 충성심은 자신과 자신에게 임명장을 준 사람만 병들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까지 병들게 하고 마침내는 사망케 하는 아첨이고 아부 일 뿐이다.
이를테면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층들은 틈만 나면 국가안보를 강조한다. 그러나 정작 장관들은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나라에서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기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별의별 사유를 열거하고 있으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사유는 사유가 아니라 ‘들켜버린 꾀’에 불과하다.
국민들에게 하지 말라는 법은 장관들이 먼저 지켜야 한다. 국민들에게 위장 전입이나 부동산 투기를 하지 말라고 했으면 장관들도 하지 않았어야 한다.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법을 어기고 국민으로써의 의무를 저버렸던 사람들이 장관이 된다고 하여 개과천선하리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부도덕하고 지저분하더라도 능력과 전문성으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이 나라를 부도덕하고 지저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의 변명일 뿐이다.
특히 장차관 한번 해보겠다며 학자적 양심을 손바닥 뒤집듯 변절하는 인물들의 추한 모습을 더 이상 국민들에게 보여줘서는 안된다.
국정교과서 파문 초기, 국정교과서의 당위성을 총대매고 역설하던 대학교수 출신의 담당부처 차관이 과거 이력으로 잘렸다. 그는 대학교수시절 “교과서의 국정화는 독재국가에서나 후진국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라며 교과서의 국정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의 차관 이되자 하루아침에 돌변하여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앞장서서 설파하고 다녔다. 스스로 양심까지 부인했으나 그의 변절과 잘림이 국민들의 눈에는 불쌍할 뿐이다.
학자가 권력을 위해 자신의 양심을 제물로 바친 경우는 또 있다. 우리나라의 권위 있는 헌법학자였던 모 교수는 장관이 된 뒤 평생의 학자적 양심을 헌신짝 버리듯 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으로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냈던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위임입법의 경우 국회의 통제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법 파동 당시 자신의 저서 내용이 논란이 되자 “이론은 이론일 뿐”이라고 자신의 양심에 손사랠 쳤다.
대학교수가 권력에 빠지면 얼마나 쉽게 변절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자 동시에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영혼 없는 폴리페서’는 감담키 힘들 정도로 국민들을 슬프게 한다.
“일제 시절 지식인들의 변절이 오버럽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하면 그들은 “지나치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부끄럽다”고 할 것인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들이 ‘권불십년’이 지나 장삼이사가 되었을 때라도 후자의 답변을 기대할 수만 있다면 그래도 우리는 국가에 자긍심을 가져도 좋으련만 이 또한 역시 기대난이다.
그 장관이 사직서를 던졌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다.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란다. 집권당을 위한 자신의 총선 필승 건배사가 문제가 됐을 때는 선거에 출마 않겠다던 사람이다.
이쯤에서 대통령은 또 국민들에게 말했다. “진실한 사람만 선택해 주세요”묻고 싶다. 그 장관은 진실한가?
국가에 대한 국민들의 자긍심은 지도층이나 지배층이 어떻게 하고 사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우리는 지배층에게서 자긍심을 느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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