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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타결했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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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타결했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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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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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극적으로 타결했다. 한일간 해묵은 과제이자 '난제 중의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1991년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증언에 나서면서 위안부 문제가 첫 공론화된 지 24년 만이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인정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의 뜻을 표시했다. 협상 타결 후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나눴다.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새로운 관계를 열어나가도록 긴밀한 협의를 희망했고, 아베 총리는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에서 핵심쟁점이었던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사용해 법적 책임인지, 도의적 책임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의 사죄와 일본 정부의 책임통감이 법적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위안부 피해자는 물론 관련 단체들이 반발함에 따라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지만 군 위안부 범죄가 일본 정부와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는 점은 이번 합의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외교적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양국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재단을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재단에 일본 측에서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기시다 외상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문을 통해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하에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은 문제로서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물론, 아베 총리가 총리대신 자격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안부 문제와 같은 민감한 사안을 다룸에 있어 양측이 100%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고령인데다 건강도 좋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망이 줄을 잇고 있어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정부의 상황인식은 틀리지 않다. 한일 관계 정상화 50년인 올해가 가기 전에 한일 관계 개선의 실질적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양국 정부의 물밑 노력과 한미일 협력 관계를 조속히 복원시켜야 한다는 미국 측의 압박도 이번 협상 타결의 숨겨진 동력일 것이다.
그러나 핵심쟁점이었던 일본의 법적 책임 문제가 모호하다는 점은 앞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외무장관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생각이 없는 것 같다. 협상 내용을 전부 무시하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법적 배상을 요구했지만, 이번 합의에서는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치유하기 위한 기금 출연'으로 성격이 규정됐고, 소녀상 이전 문제도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조치를 할 것처럼 발표된 것이 반감을 산 듯하다. 정부가 피해자들을 대표해 협상을 하더라도 최종 타결은 당사자 동의가 중요하다. 그들의 이해를 충분히 구한 뒤 협상을 마무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협상은 타결됐지만 아직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 협상 타결이 또 다른 국론분열의 불씨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협상 경과와 결과, 후속 조치, 향후 이행 전망 등을 솔직히 밝히고 국민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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