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바를 正(정) 글자에 숨은 그림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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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를 正(정) 글자에 숨은 그림 찾기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0.09.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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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한국어문연구원장 / 언론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6일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을 ‘불공정’이라고 규정한 이재명 지사를 향해 ‘공정의 기준이 뭐냐’고 따졌다. (9월 6일, 서울신문)

‘정의(正義)롭다’고 할 때 正자의 훈(訓·뜻)은 ‘바를’이다. 그래서 훈과 음(音·소리) 함께 ‘바를 정’이라고 읽는다. 공정(公正)은 공평하고 정의롭다는 뜻이다. 正자 들어간 무수한 글자들은 세상이 그만큼 ‘바름’을 갈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전에도 여러 정책 제안에서 이 개념은 새뜻한 모습으로 사회에 떠올랐다. 이재명 지사에 의해 촉발된 공정의 뜻, 앞으로 숱한 이야기를 만들 전망이다. 그런데, 바름(正)은 뭐지?

이 正자의 출생의 비밀을 안다면, 문자 만들어지던 시기 옛사람들의 정치적 감각에 한 편 놀라게 된다. ‘나에게 좋은 것이 바른(옳은) 것’이라는 속뜻이 담겼으니 황당하다 느끼는 이들도 있겠다. 문자의 배반인가? 내게 좋은 것이 정의라니, 어디에 어떻게 그 뜻이 숨었을까.

그 뜻은 그림에 있다. 상형(象形)문자의 원리다. 뜻을 나타낸다는 의미로 한자를 표의(表意)문자라고도 한다. 한자의 원형인 갑골문(甲骨文)은 그림에 가깝다. 허나 그려진 뒤 3천5백여 년 흐르며 꽤 변했다.

갑골문의 正(정)자. 점을 치기 위해 거북의 딱지(甲)나 동물의 뼈(骨)에 새긴 그림 글자가 갑골문이다. [강상헌 書]
갑골문의 正(정)자. 점을 치기 위해 거북의 딱지(甲)나 동물의 뼈(骨)에 새긴 그림 글자가 갑골문이다. [강상헌 書]

正의 옛 글자를 보자. 거기에서 숨은 그림(들)을 찾아 그 글자의 어원(語源·말밑)을 추리해보자. 이것이 인문학의 바탕이다. 문자 속을 갖추면 우리들의 인문학은 맛과 향기가 깊어진다.

그림의 사각은 상대방(적)의 성(城)이다. 입 구(口)가 아니다. 아래 그림은 발(足 족), 자금의 지(止)다. 후에 ‘멈추다’ 뜻으로 바뀌었으나 원래 ‘간다’는 뜻이었다. ‘적의 성을 치러 가는 것’이 정의가 된 것이다. 나중에 사각형은 一자 모양으로 간략해졌다. 디자인(도안)의 힘이다.

다섯 오(5) 정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이 글자의 한 획(劃) 씩을 적으며 숫자를 세고, 나중에 글자 수에 5를 곱해 합계를 낸다. 正 글자의 다른 용도다. ‘정의’가 쓸모없게 된 하수상한 시절 탓인가? 배반을 밥 먹듯 하는 그 ‘정의’ 말고도 쓰임새가 있으니 다행이랄까?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은 곧 자기가 공정하다는 것이다. 허나 그들도 ‘내게 이로운 것이 정의’라고 생각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시민이 주인이다. 정치는 민주주의의 실무이고 정치가는 그 현장의 실무자다. 시민의 고용인인 것이다. 머슴 부리듯 매섭게 감시해야 하는 원리다.

글자를 분해해 재치 겨루는 일본산(産) 파자(破字)놀이 책에서 베낀 듯 ‘하나(一 일)에 멈춰(止) 열중하니 바르다(正)’고 푼 책도 있다. 이런 책 안 보는 게 좋다. 원래 모습을 알아야 문자의 요소와 그 변천(역사)을 짐작할 수 있다. ‘하나 배워 열을 안다’는 오래된 말의 뜻이다.

 

[전국매일신문 전문가 칼럼] 강상헌 한국어문연구원장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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