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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5] 안철수의 고민과 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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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5] 안철수의 고민과 설 선물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6.02.03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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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은 참으로 오랜만에 호남 유권자들이 누리는 정치권의 설 선물이다.-

광주·전남지역 정치권의 지형도가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 양당체제로 재편된 모양새다.

더민주당 잔류와 국민의 당 합류를 놓고 고심하던 광주·전남 현역의원들의 선택이 사실상 끝난데 따른 현상이다. 그동안 관망세를 보이던 4·13총선 후보자들도 대부분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현역의원들의 선택으로 볼 경우 국민의당이 광주·전남 제1당의 지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더민주당도 주도권은 상실했지만 최악의 상황은 모면했다.
광주에서는 국민의당이, 전남에서는 더민주당이 양적 우위를 가까스로 지켜냈다.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에서는 8명의 국회의원중 2명만 더민주당에 잔류했고 전남에서는 11명의 의원중 더민주당이 6명을 사수했다.

하지만 현역의원을 제외한 예비후보자 등 출마예정자들은 광주·전남 공히 대거 국민의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국민의당은 후보난립 현상을 겪고 있고 더민주당은 후보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두 당 모두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겠지만 국민의당의 고민은 문재인 의원을  대표직에서 떼어낸 더민주당의 고민보다 더 클 수 밖에 없다.

우선 호남유권자들이 요구하는 변화의 높이를 어느 선까지 충족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현역의원들을 얼마나 교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광주·전남 유권자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사실 호남 유권자들의 개혁요구는 더민주당이라는 당 자체에 대한 비판이나 불만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그에 못지않게 당이라는 울타리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더 컸다.

“무능하면 겸손이라도 하던지, 오만하면 유능하기라도 하던지 해야 한다” 는 요구를 당과 당사자들이 외면한데 따른 현상이다.

그럼에도 현역의원들은 모든 것이 당의 잘못 인냥 치부하고 보따리 싸들고 국민의당으로 숨어 버렸다.

너무 큰 기대였을까? 그동안 몸담아 왔던 당을 빠져나와 당적을 옮긴 의원 중 단 한사람이라도 4·13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경우가 없다. 시민들은 “네가 문제야!”하는데도 “저는 잘 했는데 당이 문제입니다.”하는 형국이다. 잘못된 정치행태에 최소한의 사과하는 경우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유권자들의 물갈이 요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철수 의원이라고 해서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당장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머릿수가 부족한 판이다. 있는 뱃지마저 떼어내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상과 현실의 고민인 것이다.
국민의당이 안고 있는 고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몰려드는 새로운 인물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함량미달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소신이나 신념도 없이 이곳저곳 그저 정치권을 기웃거리던 인물들이 하루아침에 ‘새 시대의 리더’ 인냥 하는 경우를 놓고 개혁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아냥을 넘어선다. ‘새 옷을 입는 것 보다는 차라리 헌옷을 빨아 입는 것이 더 낫다’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합당세력인 천정배 의원이나 박주선 의원의 지분요구 문제도 잠복하고 있어 이래저래 안철수 의원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남의 정치세력은 이번 정치지형도 개편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역정치가 일당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민의당 출현은 반가운 일이고 진일보한 것이다.

이제 하루 뒤부터는 설 연휴가 시작된다. 설 연휴기간 동안 국민의당과 더민주당은 호남민심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다. 그 경쟁은 민심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은 참으로 오랜만에 호남 유권자들이 누리는 정치권의 설 선물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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