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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학교폭력, 실질적인 피해 지원이 예방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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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학교폭력, 실질적인 피해 지원이 예방만큼이나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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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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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신한대학교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무리생활을 해왔고 그 가운데는 항상 권력자가 존재했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도 이러한 인간의 습성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대한민국 반도를 뒤흔든 학교폭력 미투(Me too) 사건과 같이 훨씬 교묘하고 참혹한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권력을 잡은 자가 타인을 짓밟으며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행위. 그러한 면에서 학교폭력은 인간 내면의 가학성이 드러나는 가장 큰 악행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유명 스포츠 스타를 필두로 정치 연예면에서 하루에도 수십 건씩 나오는 학교폭력 관련 기사들은 학교폭력이 성인이 돼도 끝나지 않는 중대한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지지여론이 쉽게 만들어지고 피해 당사자들이 용기를 내 적극적으로 폭로하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번 학교폭력 미투(Me too)의 가장 큰 순기능은 가해자들이 타인에게 겨눈 칼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인과응보의 교훈을 얻은 것이었다. 

결국 자격 및 활동 정지를 비롯해 각종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며, 그들의 반짝였던 모습도 지난 날의 잘못과 함께 무너졌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에도 학교폭력 미투(Me too)에는 한계가 있다. 폭로 후, 후속 조치로 가해자들의 사회적인 처벌만 이뤄질 뿐 실질적인 피해자 구제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처벌 이후에도 사회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심리적 불안을 호소한다고 한다. 이는 이전까지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에만 치우쳐 탁상공론식으로 대책을 마련한 우리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며, 동시에 현실적인 피해자 구제책 마련이 시급함을 드러낸다. 성인이 돼도 학교폭력으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제때 심리치료를 받지 못한 경우 심각한 트라우마로 번질 수 있다. 

경북대병원 정신의학과 김병수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학교폭력을 경험한 성인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4배 이상 높다고 한다. 어릴 때의 충격적인 경험이 뇌세포에 변화를 일으켜 정신장애의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에도 지속적인 어려움을 남기는 것이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우울증, 실업률 증가, 자살과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진다. 학교폭력에 관한 관심이 절정에 달한 지금이야말로 부족한 대책을 마련할 가장 좋은 시기다. 예방만으로는 더이상 이를 막을 수 없다.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대책은 피해 지원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등의 실질적인 시스템을 정책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독자투고] 권수현 신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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