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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귀결된 고사까지 인용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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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귀결된 고사까지 인용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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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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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한 가운데 중국의 우려와 반발기류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 '사마소지심, 로인개지'(司馬昭之心, 路人皆知)란 두 개의 성어를 동원해 미국을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항장(항우의 부하)이 칼춤을 춘 뜻은 패공(유방)에게 있다'는 뜻의 '항장무검 의재패공'은 진(秦)나라 말기 천하의 패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펼쳤던 한고조 유방과 초패왕 항우의 고사에서 유래한다. 항우가 유방을 불러 연 연회에서 항우 부하들이 칼춤을 추며 유방을 살해하려 했던 데서 비롯된 고사성어로 '꿍꿍이'를 뜻한다. 왕 부장은 "미국의 의도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굳이 많은 전문가의 연구(내용)를 볼 필요도 없다"며 "통찰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명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두 번째 인용한 '사마소지심, 로인개지'는 "사마소의 마음은 길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는 뜻으로 역시 '흑심'을 뜻하는 표현이다. 이 성어는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대신 사마의(司馬懿)의 둘째 아들 사마소가 국가의 권력을 농단하며 공공연하게 황제의 자리를 넘본 데에서 탄생했다. 왕 부장은 이들 성어를 거론한 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세 가지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상황이 어떻게 변하든 반도는 핵을 가질 수 없다. 그것은 북방(북한)이든 남방(한국)이든 마찬가지다. 스스로 제조하는 것도 (외부에서) 가져와 배치하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무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국은 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고 난(난리)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 번째, 중국의 정당한 국가 안전이익은 반드시 효과적으로 보호되고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패로 귀결된 고사를 인용하며 중국이 사드 배치를 걱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오히려 기회를 놓친 것은 초나라의 항우였다. 한나라는 멸망한 것이 아니라 천하의 패권을 차지했다. 유방이 항우의 암살 위협에서 목숨을 건지고 중원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항우의 숙부 항백에게 재물을 주며 미리 관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중국이 김정은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묵인하고 교역이라는 수단으로 원조물자를 안겨주며 북한을 자국의 방패막이로 삼겠다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삼국사기는 신라가 민족 통일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렸다. 당시 신라와 당나라 연합은 동상이몽 격의 연합이었다. 당나라가 출병한 것은 한반도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속셈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의 김유신 열전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개는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다리를 밟으면 무는 법입니다. 어찌 우리가 국난을 당하여 자구의 계책을 세우지 않겠습니까?" 신라가 백제를 멸망시킨 후 당나라가 신라를 치려고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열린 어전회의에서 김유신이 발언한 내용이다. 배수진을 친 김유신의 결전 의지에 꺾여 결국 당나라 대장군 소정방(蘇定方)은 회군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력을 뿌리치고 핵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날 한국의 생존과 국민의 안위는 백척간두의 위기를 맞게 된다.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감싸고 돌며 한국은 뒷짐만 지고 있으라 한다면 가만히 앉아서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이 진정 '북핵 3원칙'을 고수하겠다면 제1원칙인 한반도 비핵화를 이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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