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내달 2일로 창당 한 달을 앞둔 가운데 ‘제3당 정치개혁’을 향한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진보와 보수 ‘양 날개론’을 강조하며 중도개혁적 노선을 표방했지만 정체성 논란과 당내 알력, 각종 구설에 휘말리면서 위기에 직면해왔다. 총선을 앞두고 ‘호남 물갈이’ 등 공천 쇄신을 통해 반전이 절실하지만 성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동 지도체제 ‘삐걱’, 정체성 ‘오락가락’
국민의당은 창당 때 안철수·천정배 공동 대표에, 김한길·안철수·천정배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지도체제로 출범했다.
‘다국적 군’으로 출발한 국민의당은 시작부터 시련의 연속이었다.
외부 인사 영입 과정에서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의 갈등설이 불거졌고, 김 위원장이 한동안 당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 같은 관측은 증폭됐다.
또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등 안보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는 정부는 물론 더민주까지 강력 비판하며 햇볕정책 계승을 주장하다가,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이 햇볕정책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오는 등 정체성과 관련된 이슈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전윤철 공천관리위원장의 인선 과정에도 엇박자가 나는 등 진통을 겪는 바람에 공천관리위원회도 거대 양당에 비해 지각 출범했다.
◆교섭단체 구성 좌절위기, 지지도 하락세 ‘초비상’
‘새정치’ 퇴색 논란을 감수하면서 추진했던 교섭단체 구성의 목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대표를 영입한 이후 안정을 찾아가면서 탈당 행렬이 멈추며 좌절될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탈당한 박지원·최재천 의원도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고 최 의원은 당내 역할과 보직을 두고 안철수 대표측과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원내 협상력을 확보하고 제3당으로서 존재가치를 보여주겠다는 계획도 벽에 부딪혔고 총선 전 국고보조금 확보라는 ‘실리’도 챙기지 못해 총선 전략에 타격을 받게 됐다.
갤럽 여론조사 기준 당 지지도는 1월 셋째주 13%에서 시작해 이후 12%, 12%, 10%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주 조사에서는 8%까지 떨어지면서 야권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더민주와 간극이 더욱 벌어졌다.
그나마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평가받던 호남에서의 지지도가 더민주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일부 조사도 나와 ‘초비상’이 걸렸다.
◆공천쇄신 주도권 확보가 반등 관건
경쟁관계인 더민주가 10명의 현역 의원을 ‘컷오프’한 데 이어 정밀심사를 통해 2차 물갈이 공천을 예고하고 있어 ‘새정치’를 내세워온 국민의당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의당으로선 빼앗긴 주도권을 되찾고 공천 쇄신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총선 전 마지막 반등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천정배 대표는 “더민주보다 더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절박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당내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인위적 물갈이는 ‘망나니짓’”이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당 안팎의 시선은 공천 ‘칼자루’를 쥔 전윤철 위원장에게 쏠리고 있다.
전 위원장은 공천 기준에 대해 “국민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당당함이란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되 때로는 국민에게 피와 눈물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