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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유머 있고 마음 넉넉한 지도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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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유머 있고 마음 넉넉한 지도자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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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2.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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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청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말은 정치인의 강력한 무기이다. 말을 통해 정치인의 철학과 비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 정치인이 내뱉은 언어의 품격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정치인인지 판단한다. 

지난 3일 밤 방송3사가 생중계한 ‘2022 대선후보 합동 토론’에서 사드 선제타격 발언의 문제점에 대한 질의에 상대 유력후보는 “사드에 대해 잘못알고 있다...”며 격투기론을 꺼냈다. 그는 “격투기를 한다면 옆구리도, 다리도, 복부도 치고 머리를 공격할 때도 다 방어해야 한다”며 사드 추가 배치 필요성을 장황하게 거론하면서 전쟁 억제 논리로 즉답을 피했다. 질의한 후보는 “군사 전문가도, 군도 안 하는 사드 얘기를 정치인들이 나서서 하는 것은 안보 포퓰리즘 아니냐”는 등 사드 공방은 한참이나 계속됐다. 지루한 장면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안감과 조바심, 해당 국가는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주의 깊고 정제된 발언이 아쉬웠으나 사드를 쉽게 설명하려고 애쓴 노력은 보였다.    

비유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는 고 노회찬 의원이 빠질 수 없다. 그는 대중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어록을 많이 남겼다. “...지난번 판보다는 괜찮은데 보니까 세척 덜 된 곳도 군데군데 있고, 완전 새판은 아닙니다. 굽다만 고기도 남아있고, 새 고기가 다시 온 것 같은데...” 당시 거대 양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오래된 ‘삼겹살 불판’에 비유하면서 이제는 불판을 갈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 X파일’속 떡값 검사 실명을 폭로한 뒤 징역형을 선고받은 고인.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릅니까”라며 정작 금품을 주고받은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자신만 의원직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을 ‘의료 사고’에 비유했다. 얼마나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치인의 말인가. 독설 속에서도 연민이 녹아 있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 없는 국민들까지 고인의 빈소를 줄서서 찾았다. 고인은 서민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한 드문 정치인이지 싶다.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대통령선거일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허세와 공격, 모욕, 가짜 주장, 분노가 판치는 난장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은 RE100 등 영어 약자의 발음이나 뜻이 궁금한 게 아니다. 인류 공동 현안에 대한 후보자의 식견을 보고 싶을 뿐이다. 국민은 후보들의 지식 자랑보다 지혜를 보기 원한다. 그러려면 대선후보들이 비전과 능력,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다른 후보와 비교할 수 있는 TV토론 횟수를 늘려야 한다. 이번에는 기필코 유권자의 수준을 존중하는 유머 있고 마음 넉넉한, 품격 있는 지도자를 고르고 싶다. 

[전국매일신문 독자투고] 노청한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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