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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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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에 대한 단상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6.03.08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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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휴일이라 느긋하게 늦잠을 자는데, 휴대폰 문자 소리에 잠을 깨어 보니, 지역 국회의원 예비후자의 지지 호소 문자다. 여론조사가 실시중이니 관심을 가지고 대답해 달라는 문자였다. 덜 깬 잠 탓만은 아닐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유권자가 봉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화가 치민다.
이같은 문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늦은 밤늦은 시간에도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1000명에 달하는 친구들만 없다면 페이스 북 계정을 없애 버리고 싶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포항지역에서 출마한 후보자들은 각종 고소고발로 얼룩져 있어 짜증이 배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허위학력 기재 의혹, 여론조사 왜곡 의혹, 불법적인 정치자금 모금 의혹, 부도덕한 가정사 의혹…온통 의혹투성이다. 하지만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당사자가 입을 닫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양심이 없는 세상, 무법천지라는 느낌마저 든다. 어찌 이래서야 선거가 축제로 치러질 수 있겠는가.
후보자들의 상상을 초월한 일탈 행위는 하늘을 날고 있지만 이를 감시 감독해야할 법은 바닥을 기고 있으니 어쩌면 이같은 현상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몇일전 모처럼 만난 후배 한사람이 느닷 없이 “선배! 왜 우리가 여론조사에 답해야 하며, 시끄러운 확성기 소리를 들어야 하며, 왜 투표를 해야 합니까? 없는 이들 보다 못한 사람들인데…, 4년 전 어느 후보를 지지해 유세장에서 환호를 하고 제 날짜에 맞춰 국민의 주권인 투표를 했는데 이게 뭡니까? 이래도 투표를 해야 합니까?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선거가 무용지물임을 후배는 나에게 절절하게 설명을 했다.
이어 3년 전, 한 겨울에, 그렇게 박근혜를 연호하면서 대통령을 열렬하게 지지하고 그의 당선을 환호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대다수 시민들은 빚쟁이가 되어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대통령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 주었나. 오히려 친박 이니 진박이니 해서 민심만 갈라놓지 않았느냐. 국회의원들 역시 유권자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 그 말을 듣고 보니 후배의 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닫게 한다.
북한 김정은이 연초에 수소탄을 개발했다고 하고, 핵실험을 하고 마침내 우리 측의 개성공단 중단이란 초강수까지 나온 마당에 국회에서 하는 꼴을 보면 투표한 것이 후회되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집권여당이라는 새누리당은 권모술수로 물고 뜯으며 진흙탕 싸움을 하는 모양을 보면서, 국민은 희망을 잃어간다.
경제가 엉망인 현실에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을 뽑아 달라고 주문을 하고, 야당은 서로 앙숙이 되어 갈라서고, 순풍에 돛단 듯 나아가야 할 국회는 적재량을 초과한 소달구지 언덕 오르듯 하고 있고, 여야의 공천관리위원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입사시험 치르듯 줄 세워 놓고 면접을 보는 이상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그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면서 투표를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는 유권자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러면서 그들이 진실한 사람 운운하면서 빨간 점퍼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보면, 꼭 꼭두각시 춤을 보는 것 같고,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봄이 오면 서민의 삶이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는 어디를 봐도 찾아 볼 수 없다. 정치권은 '등 따시고 배가 불러' 서민의 삶은 모르면서 국민세금으로 정당지원금을 받는 저들의 뻔뻔한 얼굴을 언제까지 보아야 하는가.
선거운동 한답시고 재래시장 몇 군데 돌아본다고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 어묵 한 입, 핫도그 하나 먹는 모습을 생색내기용으로 찍어놓고 그들의 애환을 다 아는 것처럼 표정 짓는 그들에게 “정신 차리라 한순간 훅 간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실제로 얼마전 새누리당 회의실 현수막에는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라는 문구가 나붙었다. 그들의 말맞다나 '한방에 훅 갔으면 좋겠다' 이게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국민들이 마음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대를 거꾸로 가는 정치, 2016에 와 있음에도 정치는 쌍팔년에서 헤매고 있으니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게 어쩌면 당연한지 모른다. 그렇지만 투표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 뽑으려면 도덕적이고, 청렴하고, 능력 있는 젊은이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만 내 손으로 뽑은 이에게 더 이상 무시당하는 일이 없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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