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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폭탄에 대한 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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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폭탄에 대한 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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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2.2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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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우리는 수많은 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폭탄이 터질지 마음 조리고 있다. 터지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지구의 생태환경까지 무차별 파괴한다. 반면 어이없는 뻥 폭탄도 많아 실소(失笑)를 자아내곤 한다.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성탄절을 맞아 찾아온 역대급 눈 폭탄이 제주도와 호남지역을 덮쳤다. 제주도를 찾은 2만 여명의 관광객은 하늘길이 막혀 대거 발이 묶였다. 호남지역은 400동이 넘는 하우스가 눈 폭탄에 속절없이 찢어지며 무너졌다. 철파이프 지지대는 생선가시처럼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우스에서 탐스럽게 자라며 출하를 앞둔 딸기 등 시설채소가 한파까지 겹쳐 중간에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쌓인 눈은 곳곳에 얼어붙어 눈길 교통사고로 이어졌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혹한과 눈 폭탄을 동반한 사이클론 폭탄이 크리스마스 직전부터 강타했다. 악천후의 직격탄으로 180만 이상 가구와 사업체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눈 폭탄과 폭풍으로 최소 64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로에서는 차량과 운전자 들이 폭설과 강풍에 갇혀 발이 묶이기도 했고, 항공기 결항 사태가 잇따랐다.

일본도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북일본과 서일본 상공으로 유입된 강한 한기와 겨울형 기압 배치의 영향으로 동해 방면 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적설량 1m이상의 눈 폭탄이 쏟아졌다. 일본 열도 최북단인 홋카이도에서는 약 2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고, 폭설로 17명이 목숨을 잃었다. 폭설로 항공편이 취소되고 고속열차인 신칸센이 지연되는 등 교통에도 차질이 생겼다.

눈이 많이 오는 것도 폭탄이지만 말이 많은 것도 폭탄이다. 말 폭탄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곳은 아무래도 술집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대놓고 말 폭탄이 터지는 곳이 있는데 이름도 대포집이다. 대포집에 들어간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취중에 왕대포(허풍)를 쏴댄다. 대포집에서 가끔 폭탄이 터지기도 해서 대포집 문짝이 떨어져 나가며 유리가 파편으로 튄다. 주전자가 신작로로 날아가 떨어지기도 하면서 비명 소리도 들린다.

대포집에서 취해 발사된 인간폭탄은 순항 미사일처럼 신작로를 거쳐 골목길을 꼬불꼬불 돌아 전봇대를 지나 집까지 들어와서 터지기도 한다. 폭발음도 크지 않고 레이더에도 탐지 안 되는 무기인데 문제는 적 보다는 집 잘 지키는 아군에 큰 피해를 일으킨다는 점이 아쉽다. 술집뿐만 아니라 술에도 폭탄이 있다. 한 가지 술에는 만족을 못한다. 온갖 술을 다 섞어 마시고 폭탄이라 부른다. 폭탄주에 폭격을 제대로 당하면 최소 전치 2일의 부상을 당해 안정을 취해야한다.

겨울 뜨끈한 아랫목에 어울릴만한 폭탄도 있다. 화약을 하나도 쓰지 않고 화투 석장으로 만든 사제폭탄인데 터뜨리는 사람에게는 기쁨을 주지만 당하는 사람에겐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 특히, 오동(똥) 석장을 흔들어 폭탄 터트리면 점수가 커 그 피해가 막심하다. 피박과 광박을 당해 결국 돈을 다 잃게 된다. 화투판에서 돈을 잃었다는 것은 사망을 뜻한다. 고스톱 판에서까지도 폭탄을 맞고 죽는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터뜨리는 똥 폭탄은 차세대 핵무기를 능가한다.

대포 폰, 대포 통장도 수시로 우리를 노린다. 휴대폰의 벨이 울릴 때 모르는 번호나 의심 나면은 수화기 자체에 손을 대지 않는다. 수화기에 손을 댄다는 것은 자칫 부비트랩의 인계 철선을 건드리는 짝이다. 교통사고가나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대포차도 있다.

현명한 주부들이 좋아하는 폭탄도 있다. 주부들은 폭탄세일 전단지만 보면 세일하는 폭탄을 구하기 위해 전선으로 뛰어 나간다. 폭탄세일에서 노획 해 온 생선을 드라이버도 쓰지 않고 부엌칼 하나로 내장은 내장대로, 떡 주무르듯 능수능란(能手能爛)하게 해체한다. 25년 경력의 특수부대 폭발물 처리요원보다 더 안전하고 빠르게 해체한다. 아무나 덤비면 큰 코 다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포격전쟁은 크리스마스에도 이어져 평화를 간구하는 세계인의 마음을 저리게 하고 있다. 이런 폭탄은 없어져야 한다. 지구촌 사람들이 폭탄으로 말미암아 고통이 계속 되는 것을 보자니 앞이 캄캄하고 한탄스럽다. 부디 새해에는 온 누리에 폭탄 없는 평화와 편안함이 깃들기를 소원해 본다. 눈 폭탄도 물 폭탄도 싫다. 칭찬폭탄, 돈 폭탄, 사랑폭탄은 언제나 환영이지만.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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