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80년대의 100만 베스트셀러를 추억하는 독자들이 그 향수를 잊지 못하여 시를 찾지만 요점은 시를 찾는 독자가 거의 없다. 분명 시가 읽히지 않는 세상이다.
이런 와중에 김영만 시인이 '벽을 밀면 골목이 넓어진다'(도서출판 가온)는 첫 시집을 출간해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독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생은 두근거림이다/목구멍으로 기어오르는 것은/허무함이란 이름의 어지럼증이다/적막감이 줄곧 나를 괴롭혔다/때때로 어둠이었다가 천년의/절벽이었다가, 그럴 때마다/일기장 귀퉁이에 사랑을 꾹국 눌러 썼다(후략)
'시는 시인의 삶이 반영된 그 시대의 현실이다'라고 하는 것은 시인이나 독자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외면하는 시집의 난립은 사실로 인정해야 하는 현실에 시인이나 독자들 모두 난감하다. 그런 의미에 김영만 시인의 시집은 관심을 끌 만하다.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오장 시인은 해설에서 "시인의 조건이 삶을 뒤돌아보는 특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규정한다면 김영만 시인은 여기에 부합된다"면서 "개인의 삶이 어떠한 과거를 지니고 어떤 꿈을 꿨는지에 달라진다. 김영만 시인의 오늘 삶은 내일을 향한 것이기에 꿈꾸는 미래가 현재의 방향을 결정하고 삶의 경험과 기억이 자리한다"라고 평했다.
85편의 다양한 작품이 5단락으로 이루어진 시인의 작품세계와 사진작가(백도연)의 사진이 중간마다 들어있어 볼거리도 있다.
편편이 삶을 천착한 모습이 녹아든 작품에는 그의 체험적인 움직임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독자들이 관심을 끌 만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강이 주는 풍요한 고장 기수역 부근에서 태어났으나 한때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의 길을 가다가 안정을 찾은 과정을 시편마다 들어 있어서 시인의 삶이 독자와의 소통을 이루기에 모자람이 없다. 늦은 나이에 등단하여 첫 시집을 출간해 많은 관심을 받기에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영만 시인은 계간《현대시선》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전통문학연구위원, 전남문인협회 회원, 보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부천/ 오세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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