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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단합 강조하며 '철옹성 보수'…프리고진 '낙동강 오리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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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단합 강조하며 '철옹성 보수'…프리고진 '낙동강 오리알' 되나
  • 이현정기자
  • 승인 2023.06.27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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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하던 용병들 "몰상식했다" 등돌려…가족들도 '배신당했다' 불만
푸틴, 반란 사건 후 대국민 연설서 '단합' 강조…"집에 가도 좋다" 용병들 회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TV 연설을 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반란 사태와 관련해 이날 푸틴 대통령은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AP·스푸트니크=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TV 연설을 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반란 사태와 관련해 이날 푸틴 대통령은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AP·스푸트니크=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건 진화 사흘째인 26일(현지시간) 대내외 활동을 재개하며 사건 여파 차단과 혼란 수습에 나선 가운데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의 입지가 축소되는 정황이 관측됐다.

타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반란 진화 이후 처음으로 대국민 TV 연설을 하고 전 국민의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연설에서 "여러분의 인내와 단결, 애국심에 감사한다. 국민의 단결은 내부 혼란을 일으키려는 어떠한 협박과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줬다"고 사의를 표했다.

또 "사회와 모든 급의 행정부·의회 등이 최고의 단합을 보여줬다. 사회단체, 종교단체, 주요 정당 등 거의 모든 러시아 사회가 헌정질서에 대한 굳건하고 확실한 지지 입장을 취했다"며 "조국의 운명에 대한 책임 의식이 모두를 단결시켰다"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최근 반란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캡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최근 반란사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크렘린궁 홈페이지 캡처]

푸틴은 반란을 주도한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반란 참여 용병들을 분리시키며 단순 가담자들은 용서하고 포용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 대다수 전투원과 지휘관들도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애국자들이다. 그들을 함께 싸운 전우들에 맞서도록 암암리에 이용하려 했다"면서 반란 가담 용병들은 국방부와 재계약하거나 귀가해도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국가 반역자들과 러시아의 적들, 우크라이나의 신나치주의자들, 그들의 서방 비호자들이 원한 것은 바로 동족상잔이었다"면서 "그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서로를 죽이길 원했다"며 프리고진과 외부 세력에 반란 책임을 돌렸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자사 팩트체크 탐사보도팀인 'BBC 베리파이'의 분석 등을 인용해 용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프리고진을 향한 조직원들의 싸늘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팔로워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채널에서 메시지에서 바그너그룹 부대원의 불만이 속속 목격됐다.

이들은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진군을 멈추고 반란 때 점령한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노두에서 철수한 데 격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그너 용병이라고 주장한 한 인물은 "프리고진이 스스로 저지른 노골적 공간 낭비 탓에 바그너그룹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이들은 "또 한 차례 몰상식한 봉기였다"며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바그너그룹 부대원들의 가족과 친척이 사용하는 대화채널에서도 프리고진을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한 여성은 "그들(용병들)이 그냥 배신당한 것"이라며 "나는 프리고진을 믿었지만 그가 한 행위는 불명예스러운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른 사용자는 "프리고진이 이번 일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건 순전한 배신"이라고 거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고위 안보관리들과 회의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반란 사태와 관련해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들의 대처에 감사를 표하고, 이번 사태를 분석 및 논의했다. [모스크바 AFP·스푸트니크=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고위 안보관리들과 회의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반란 사태와 관련해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들의 대처에 감사를 표하고, 이번 사태를 분석 및 논의했다. [모스크바 AFP·스푸트니크=연합뉴스]

BBC방송은 프리고진이 용병단 2만5천명의 충성을 누린다고 뽐냈겠지만 그런 상황은 바그너그룹 반란이 흐지부지된 속도만큼 빨리 바뀐 것 같다고 진단했다.

조직원과 그 가족, 친척뿐 아니라 그간 바그너그룹을 지지해온 전쟁 지지론자들도 갑자기 싸늘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바그너그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팔로워 90만명을 거느린 '회색지대', '훈장의 뒷면' 등 인플루언서는 이례적으로 조용했다.

이들은 프리고진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지 않으면서도 프리고진의 정적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을 비판하며 중립을 취하려고 애를 썼다.

프리고진은 중동, 아프리카 분쟁지에서 러시아 세력을 확장하고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용병단을 운영해왔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정규군이 부진한 사이 용병단으로 일부 전과를 올리자 러시아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정치세력으로 급부상했다.

프리고진은 사병과 같던 바그너그룹이 국방부에 통폐합될 위기에 몰리자 지난 24일 군 수뇌부를 겨냥해 봉기를 일으켰다.

그러다가 만 하루 만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에 따라 반란을 중단한 뒤 벨라루스로 망명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바그너 용병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겠다며 벨라루스에 따라가든지, 귀가하든지, 국방부와 계약하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방침을 통보했다.

[전국매일신문] 이현정기자
hj_lee@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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