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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악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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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악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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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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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문제열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악수(握手)는 인사, 감사, 친애, 화해 따위의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두 사람이 각자 한 손을 마주 내어 잡는 예법이다. 악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배려와 존중, 평화를 전제하는 세계적인 인사법이다. 매너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해도, 국가나 문화권과 관계없이 가장 보편적인 인사다.

악수의 기원을 살펴보면 고대 바빌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성한 힘이 인간의 손에 전해지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치자가 성상(城上:각 궁전과 관아에 속하여 그릇을 맡아보던 하인)의 손을 잡곤 했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오른손으로 악수하는 인사법을 그의 장군들에게 가르쳤다.

중세 유럽에서도 악수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중세 기사들은 칼을 왼쪽 허리에 차고 있다가 오른손으로 뽑아 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때에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잡았다고 한다. 이 밖에 퀘이커 교도들의 평등·정의 평화주의 운동도 악수 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수는 나라마다  형태가 조금씩 다르다일본은 존경의 정도에 따라 악수할 때 허리 숙이는 각도가 다르다중국은 연장자 순으로 악수를 청하며 가볍게 손을 잡고 살짝 인사하면 된다미국은 강한 악수를 하며 상대방과 눈을 맞춰야 한다. 러시아는 사업상 만남이 아닌 이상 이성 간에는 악수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남자·여자·초면·구면 상관없이 악수한다. 영국은 미팅이나 중요한 자리에서만 악수를 한다.

악수하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은 외교가 이뤄지는 현장이며, 많은 얘깃거리를 생산한다. 화제가 된 인물로 김장수 전 국방부장관이 있다. 그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를 하면서 머리를 숙이지 않고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 꼿꼿장수란 별명을 얻었다. 우리나라 군() 야전교범의 경례 및 악수규정에 따른 악수를 한 것이다.

2013년 빌 게이츠는 박근혜 대통령과 인사할 때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자세로 악수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매너가 없다. 건방지다 등 뭇매를 맞기도 했었다. 그만큼 악수 하나가 사소해 보이지만 사회에서는 사람을 평가하고 인상을 남기는 중요한 요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악수할 때 손에 힘을 꽉 주거나 손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는 행동으로 유명하다. 악수의 악력으로 각국 정상들에게 위력을 과시해 자신의 우위를 드러내려는 행동은 가히 보기 좋지 않다.

실제로 트럼프는 2017년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아베 전 총리의 손을 약 19초간 꽉 움켜쥐어 CNN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어색한 악수라는 평을 받았다. 트럼프의 무례한 악수에 아들뻘에 가까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반격에 나섰다. 2017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만난 마크롱은 트럼프와 똑같은 방법으로 악력 있는 악수를 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현장에 이를 본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이때 트럼프는 이를 악물었으며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고 표현했다.

우리 사회에도 악수 예절은 중시되고 있다. 더욱이 군대, 경찰 등 공직(조직)사회를 중심으로 제도적으로 악수 규범이 마련되어 있어 보통 다른 나라보다는 체계적이고 깔끔한 예법을 갖고 있다.

악수는 여성이 남성에게,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청하는 것이 관례적이다. 악수할 때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환한 표정과 함께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쥔 손에 약간 힘을 주어 잡고 두세 번 흔드는 정도가 예절의 기본이다. 이때 상황에 맞는 간단한 인사말을 함께 나누면 좋다.

인사할 사람이 많다고 형식적으로 툭툭 치거나 손끝만 내밀며 쥐지 않는 악수를 청해서는 안 된다. 친근감을 준다고 손을 너무 오래 잡고 손바닥을 긁는 사람도 있다. 절대로 이런 행위는 큰 실례가 된다. 반드시 악수는 오른손으로 하고 방한 장갑, 작업용 장갑 등을 착용하고 있다면 반드시 벗고 악수해야 한다. 예식용 장갑은 벗지 않아도 된다.

모름지기 악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선거철이라는 말이다. 악수 한 번에 한 표라는 말때문인지 거리에서도 시장에서도 언론에서도 악수가 넘친다. 지금의 악수는 배려와 존중의 표현인가. 속내를 숨긴 아부인가. 잘 가려서 좋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문제열 국제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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