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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시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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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시농업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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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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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습 (영남대 원예생명과학과 겸임교수·前 경북농업기술원장)

 

산과 들에 진달래가 피고 소나무에 물이 오르고 새하얀 벚꽃이 피면 온 산천은 연두에서 초록으로 물드는 시즌 바야흐로 봄이다. 이때쯤이면 농부들은 모종을 내고 도시민들은 주말농장에서 상추를 심고 저마다의 공간에 한 송이 희망을 심는다. 연이어 시내의 화단과 도로변에도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들이 심겨지고 지하철 공간에도 녹색의 휴게공간을 만들어 잠시나마 휴식을 취한다.

지난 학기에 도시원예학이라는 과목으로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들의 도시농업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제1회 대구정원박람회를 탐구하였는데 학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유인즉 내가 살고 있는 대구 도심지에서 정원박람회가 이루어 졌다는 사실과 삶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정원이 휴식공간을 제공해주고 나아가 힐링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였다는 자체만으로도 도시농업의 역할 수행이 충분하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주관의 공원이나 식물원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도시농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도시농업관리사를 양성하여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나아가 주말농장이나 실내에서도 도시농업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크게 증가하여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 같아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기대가 크다. 

과거의 도시농업은 공원이나 식물원에서 눈으로 즐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면 현재의 도시농업은 텃밭이나 주말농장에서 직접 이랑을 만들어 보고 채소도 심어보고 가꾸어보고 수확해서 먹어도 보고 나아가 나눔으로 발전하는 도시농업의 매력으로 빠져든다는 것이다. 때마침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에서 텃밭의 크기별 작부체계 등을 잘 정리한 매뉴얼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어서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운영하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미래의 도시농업은 도시민이 도시에서 도시농부가 되어서 혼자만 힐링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민들을 치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장, 단시간 머물게하는 도시농업으로 변하면 어떨까하는 의미에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제안을 하고자 한다.

해외의 도시농업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현재까지 이어져 온 도시텃밭인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 영국의 알로트먼트(Allotment), 러시아의 다차(Dacha), 일본의 시민농원, 캐나다, 프랑스, 미국의 커뮤니티가든(Community garden), 쿠바의 오가노포니코(Organoponico)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독일의 도시농업 클라인가르텐은 농가정원을 모델로 과수와 채소를 재배하는 휴식공간의 기능과 공공녹지의 기능 나아가 가족의 여가시간을 활용하고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제공하는 사회적, 교육적 기능을 포함하는 것이다. 

영국의 알로트먼트는 지방정부나 토지 주인으로부터 땅을 임대하여 시민농원조합에서 알로트먼트 운영자에게 임차 후 이용권을 부여하는 방식인데 특이한 것은 일부 알로트먼트는 교회 소유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다차는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러시안인들의 제2주택 형태로 자급자족형, 별장형 형태로 운영되고 도시민들이 휴가를 얻어서 장기간 사용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농촌에 위치하며 주택과 함께 큰 규모로 호화롭게 조성되기도 한다.

일본의 시민농원은 농원 또는 농지 외에 휴식시설을 포함 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농원정비촉진법에 의거하여 도시민이 시민농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하는데 최근에는 일일형, 체재형, 농업체험형, 원예치료, 메디컬농업 형태로 변모하고 있는 추세이다.

캐나다의 커뮤니티 가든은 밴쿠버 식량정책 협의회 주도로 ‘뒤뜰 나누기(Sharing Backyard)', '한줄 나누기(Grow a Row, Share a Row)' 등을 실시하여 텃밭에서 직접 기른 먹거리를 저소득층에게 먹을거리 기부 프로그램도 운영고 있다.

프랑스의 커뮤니티 가든은 프랑스 파리의 지역단체에서 공공의 자투리 공간을 만들어 시작하여 지역사회의 문화적 중심지로 변모하였는데 도시내 지역주민들 간의 공동체 의식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어 도심 리뉴얼 의제를 이끌어 내고 주의 환경을 개선하고 이웃간의 사회적 삶을 새롭게 만들기도 하였다.

미국의 커뮤니티 가든은 가정과 공원에서 식량공급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시 내 텃밭으로 시작하여 뉴욕 시청 앞에 푸드 가든을 만들고 백악관에도 텃밭을 만들어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대해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쿠바의 오가노포니코는 상자 텃밭이므로 고랑이나 이랑을 만들 필요가 없고 농지 정리 작업이 간편하고 경운하지도 않아도 되고 바닥층이 좋지 않아도 좋은 토양을 가두어 사용할 수 있어 장소와 공간을 가리지 않고 설치할 수 있다. 특히 원유, 화학비료, 작물보호제 등의 수급이 어려운 점을 이용하여 세계 최고의 유기농업 국가가 되었는데 쿠바 전체 인구의 20%가 살고 있는 수도 아바나에 채소와 과일을 전량 공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도시농업은 여러 국가에서 텃밭을 활용하여 아이들과 도시민을 위한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 도심에서 녹지의 확충과 환경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여러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로컬푸드의 기능도 더했으면 좋겠다. 

농업의 기본이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 제공이라면 도시농업의 미래는 도시민들이 농업을 바탕으로 직접 기른 안전한 먹거리를 통한 실용적 효과와 더불어 마음의 안정을 얻는 치유농업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신용습 (영남대 원예생명과학과 겸임교수·前 경북농업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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