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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시위 법, 실효성도 담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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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시위 법, 실효성도 담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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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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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혐한시위'의 동의어로 통하는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이나 민족, 국민 등에 대한 혐오 시위나 발언 등)'를 억제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됐다. 일본 중의원(하원)은 24일 본회의에서 '본국(일본)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안'을 표결, 찬성 다수로 통과시켰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발의한 이 법률은 지난 13일 참의원(상원)을 통과했다. 법률은 '적법하게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 이외의 출신자와 후손'을 대상으로 '차별 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생명과 신체 등에 위해를 가하는 뜻을 알리거나 현저히 모욕하는 것'을 '차별적 언동'으로 정의하고 '용인하지 않음을 선언한다'고 명기했다. 이와 함께 법률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에 상담 체제의 정비와 교육 및 계몽 활동을 충실히 할 것을 요구한다. 일본 사회에서 근년들어 심각한 문제가 되는 혐한 시위와 같은 행동을 '용인하지 않는다'고 법으로 처음 선언한다는 의미에서 혐한시위 억제를 위한 의미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법률은 선언적 의미에 그쳤을 뿐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감이다. 법은 헤이트스피치를 '부당한 차별적 언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용인하지 않음을 선언한다"고 명기하는 선에서 그쳤다. 또 중앙정부와 지자체에는 상담 체제를 정비하고 교육 및 계몽 활동을 충실히 할 것을 요구했다. 명확한 금지나 벌칙 조항이 없다. 인종차별적 언동이 자행돼도 처벌할 수가 없다. 법 제정에 반대하는 우익의 뜻이 반영된 탓이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 정권이 진정으로 혐한 시위를 방지할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는 27일 일본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시늉'만 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 정신에 맞게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재일 한국인을 향한 우익들의 '죽어라', '한국으로 꺼져라' 등의 폭력적이고 혐오스러운 언동에 대해 '차별적이고 용인받을 수 없다'고 선언했기에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이를 통해 혐한 시위의 위법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집회 세력의 확대나 공공기관의 시설과 도로 이용 등이 억제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작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혐한 시위는 250건에 달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에게는 엄청난 물리적, 심리적 위협이었다. 도쿄의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 거리에서는 걸핏하면 혐한시위가 벌어져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나 상인들의 피해와 불편이 컸다. 작년에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400만 명에 육박했다. 양국의 관계 개선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 한국인에 대한 위협을 막아야 한다.
현재 일본에서 살고있는 한국인 가운데는 일제치하나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이나 노동자로 강제로 끌려간 사람들이나 그들의 2세, 3세가 많다. 그들은 긴 세월 고통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정치적,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일본은 이들을 위로하고, 보호하고, 보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시위를 해야 할 사람들은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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