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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의료대란,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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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의료대란,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5.0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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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의료 대란’이라는 시한폭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2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생들 역시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내년 의대 증원으로 6~10년 뒤 의사 2000명이 늘어나지만, 그 전에 당장 내년부터 신규 의사 수천 명이 줄어들게 생겼다. 병원에서 올해 인턴으로 수련할 예비 전공의 3068명 중 131명(4.3%)만 등록했다. 대형병원에서 전공의빈자리를 간신히지키고 있는 대학교수들이 사직서를 낸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의대 교수들은 한 달이 지나면 사직서 효력이 발휘되고, 정신적·체력적 한계로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 호소한다. ‘의대생 → 인턴 → 레지던트 → 전문의’로 움직이는 한국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기 일보 직전이다. 4·10 총선이 끝난 지금이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모두 각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양자 회담에서 의대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 및 필수·지역 의료 정상화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거대 야당의 수장이 국민들의 지지 여론을 의식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다만 추진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는 기존에 구성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여야·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국회 공론화특별위원회에서 구체적인 개혁 방안들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여야와 정부는 두 사람의 회동을 의정 갈등 해소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의료 개혁에 대해 뜻을 모은 것은 다행이지만 의료 파국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의료 행위 중단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서울대·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의 휴진을 시작으로 빅5 병원의 교수들이 주 1일 휴진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전국 32개 대학 중 대부분이 내년 의대 신입생 모집 인원을 이날 제출했다. 오는 31일까지 대학별로 최종 모집 인원이 공고되면 내년 의대 입학 정원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취임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영수회담 결과는 십상시들의 의견만 반영된 것”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강경론만 펼치면서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고집하고 있다.

집권 여당에 대한 의사들의 비판이 결과로 나타난 총선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지금 일반 국민 중 의사를 두둔하는 여론은 많지 않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큰 병에 걸린 적이 있다면, 현재 의료 시스템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이유를 막론하고,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난 것에 대해서는 분노가 더 커 보인다. 지역마다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며 유족들이 분노하는 사례가 하루 걸러 한 건씩 생기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제때 치료를 받았더라도 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설명하지만, 이런 사례들을 접하는 일반 시민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사태 해결 능력이 부족한 정부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넘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모든 정책에는 플랜 A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는 플랜 B가 있어야 한다.

작은 기업이나 조직에서도 전략을 세울 때 플랜B 를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다. 한 해 국가 예산 122조(兆)원을 움직이는 보건복지부가 플랜 B 없이 배수진(背水陣)을 쳤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플랜 B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도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총선 직전 의대 증원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기자 한 명도 부르지 않고 일방적으로 51분간 발표한 형식은 기괴했다.대통령은 ‘방향은 맞는데 방법이 틀렸다’는 주변 사람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치에는 ‘행위 책임’ 이상으로 ‘설명 책임’도 중요하다.

암환자권익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는 무용지물인 의료개혁특위 대신 환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의료공백 속에서 그나마 버팀목이 돼온 대학병원 교수도 지금까지는 장시간 중증 환자를 돌보며 정신적으로 버티고 있는 중인데, 이젠 체력적인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수술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암 환자에게도 수술 날짜를 못 잡아주는 상황이 된 병원이 많은 모양이다. 수도권 빅5 병원 교수들은 피로감에 지쳐 지난달 30일부터 급한 환자가 치료되는 대로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사직하기 전까지는 주 1회 휴진한다고 한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어제부터,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3일을 휴진일로 잡았다.

전국 19개 의대가 참여하는 의대교수비대위도 당직 후 24시간 휴식 보장을 위해 주 1회 휴진하겠다고 결의했다.의료공백이 재난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정부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정부는 대입 전형 일정상 내년도 의대 정원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전공의가 이탈한 후에도 비상진료체계를 보강하고 있고,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추이와 중환자실의 변화, 수술·외래 현황 등을 봤을 때 기존의 추이와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심각한 의료공백 사태가 없다는 진단이다. 전공의 집단 이탈과 의대교수 휴진에도 불구하고 상급종합병원 의료공백 현상이 아직까진 심각하지 않다니 놀랍다. 정부가 시급성을 강조하는 ‘의대 2천명 증원정책’과도 모순되는 의료 현장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다, 슬프게도….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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