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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풍'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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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풍'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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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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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엿새간의 한국 및 일본 체류 일정을 마무리하고 30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프리카 순방을 위해 출국한 지난 25일 입국해 6일간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불을 지피며 대한민국 뉴스의 중심에 섰다. 더 정확히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 섰다. 반 총장의 방한 기간 행보는 한마디로 '대선출마 가능성 시사'라는 씨줄과 충청 출신으로서 '충청권과 TK(대구·경북) 연대론'이라는 날줄로 표현될 수 있다. 일부 공식 일정을 제외하면 반 총장의 방한 행보는 이 같은 큰 그림 속에 들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 총장은 방한 첫날인 25일 제주에서 중견언론인 모임인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며 불을 질렀다.
반 총장은 30일 경주서 열린 '제66차 유엔 NGO(비정부기구) 콘퍼런스'에 참석한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행보를 둘러싼 정치적 해석에 대해 "국내에서 행동에 대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거나 이런 것은 좀 삼가,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방한 중 활동과 관련해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란다"면서 "정치적 행보와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 정치에 발을 들여놓지 않은 반 총장이 유력한 대권 주자로 정치권에 폭풍을 몰고 온 것은 기존 정치권의 취약성과 심각한 정치 불신의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국내 정치의 분열과 대통합 리더십을 언급했다. 그는 "분열을 시키는 사람이 리더가 돼서는 안 된다. 통합시키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분열을 일삼는 현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혐오를 꿰뚫고 정치의 나갈 방향으로 통합을 제시한 것이다. 한 중앙일간지가 27∼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신뢰 수준 95%에 표본오차 ±3.1%p)에서 응답자의 28.4%가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반 총장을 꼽았다. 2위와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여권은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계속 지폈고, 야권은 흠집 내기로 견제에 열을 올렸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7개월이나 남은 지금 시점에 국내 정치보다는 사무총장 역할을 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충고의 목소리도 컸다. 한국 사회에 몰아친 '반풍'이 그냥 '미풍'으로 끝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 바람이 한국 정치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바람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여야 지도자들은 반기문 바람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여기에 호응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어야 할 것이다. 20대 국회가 경제와 안보 위기 등 안팎의 엄중한 도전 속에서 이날 임기를 시작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구도에다 20년 만에 3당 체제로 시작된 이번 국회에서는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이 안돼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립과 반목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새로운 정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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