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저출산 ‘실효성’ 있는 정책 만들어야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저출산 ‘실효성’ 있는 정책 만들어야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5.23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100년이 지나면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 OECD 가입국가 중에서 가임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로 전락했다.

통계청의 ‘한국 총인구’ 전망을 분석해 보면 2070년에 3700여만 명으로 현재와 비교하면 거의 경기도 인구만큼 사라진다. 그냥 가볍게 넘길 이슈가 결코 아니다. 출산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지고 적정 인구 유지에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감소 인구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 대책으로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어 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내에서 출산하면 출산 격려금이나 자녀들에 대한 파격적인 복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한다고 출산율이 높아질까. 그렇지도 않다. OECD 가입국 중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처럼 저출산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생존의 문제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있지만 저출산과 고령화를 함께 다룰 문제도 아니다. 한 통계 전망처럼 2100년에 인구 1800만명이 된다면 아무리 기술력이 왕성하더라도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저출산이 심각한 지경이지만 집권 여당이나 정부에서 나오는 저출산 대책 아이디어는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검토 차원이기는 하지만 남성이 결혼해서 만 30세 이전에 세 아이를 가지면 병역을 면제해준다는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거의 발생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아이를 낳을 사람은 정작 아내인데 남편의 병역 면제를 위해 세 아이를 줄줄이 낳을 수 있을까.

게다가 가뜩이나 군 복무 병력 자원이 줄고 있는데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출산과 연계하면 당위성과 명분성이 확보되는 제도일까. 그동안 120조원을 쏟아 부었다는 저출산 대책의 민낯이다. 왜 1971년 역대 가장 많은 100만 명 이상의 신생아가 가능했는지 그리고 지난해 기준으로 20만 명 대 수준으로 급격히 출산율이 저하되었는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달라진 시대에 걸 맞는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 올해에는 합계출산율이 0.78로 세계 최하위를 찍으면서 저출산이라는 말 대신에 초저출산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됐다. 출산율은 바닥인데 생산가능인구의 축소와 노인 인구의 증가가 가파른 속도로 진행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 유지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저출산의 피해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을 파괴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의 폐교와 농촌의 붕괴에 따른 식량 문제, 의료 문제, 국방 문제는 나라의 존폐 위기가 멀지 않았다는 위기감을 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지난 총선 이후에는 아이를 출산할 때 1억원을 준다면 아이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하기도 했다. 만약 아이를 출산하는 부모에게 1억원의 돈을 준다면 당장 출산율이 조금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이처럼 돈을 주고 아이를 낳게 한다는 발상은 마치 소를 물가로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을 생각나게 한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생·고령화와 지역 소멸을 마주한 일본은 ‘지방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도시의 경쟁과 삶의 피곤함을 피하는 낭만적 대상으로서의 지방이 아니다. 또 다른 행복한 삶을 구현하는 기회의 장이자, 인구 감소 위기의 돌파구로 ‘지방’을 재발견한 것이다.

일본은 2014년 9월 아베 내각 때부터 도쿄 인구 집중을 해소하고 지방 인구를 확대하는 ‘지방창생(地方創生)’ 전략을 추진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도심부의 거점 기업에 그대로 몸을 담은 채 지방으로 이주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지방창생 텔레워크’(이직 없는 이주) 사업까지 도입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지방’은 어떠한가?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모든 재정과 권한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인구 소멸 국가 1호는 대한민국이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2750년에 국가 소멸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채 1명도 안 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대한민국 소멸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 수도권 집중에 있다. 전 국토의 0.8%에 불과한 서울에 전 국민의 절반이 모여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비정상이다. 우리 정부는 저출생 문제 해결에 지난 15년간 380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지만, 서울 출산율은 오히려 0.59명(2022년 기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우리는 늘 오늘보다 내일이 금년보다 내년이 그리고 10년 후 어느 시점은 지금보다 나아지기를 원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 그것은 희망이고 우리는 미래라고 흔히 말한다. 개인이든 조직체든 목표 없이 살아간다면 미래라는 것은 그저 다가오는 시간일 뿐 희망이 보이지 않는 회색지대일 뿐이다. 그런데 시간은 과거에서 시작해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진부한 사고라고 하겠지만 애국애족 가치관을 되살려 내는데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려면 말이다.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못해 절박하다. 빨리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눈 깜짝할 새 대한민국이 사라진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