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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오너가 첫 소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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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오너가 첫 소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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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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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일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신격호(94) 총괄회장의 장녀다. 이번 수사에서 롯데 오너가(家) 구성원 중 피의자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는 것은 신 이사장이 처음이다. 정 전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 게 신 이사장의 핵심 피의사실이지만 또 다른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과 롯데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놓고도 강도 높은 조사가 진행됐다. 이날 오전 9시 35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 별관에 도착한 신 이사장은 취재진을 만나 쇄도하는 질문에 "검찰에서 모든 사실을 다 말하겠다"는 답변을 거듭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청탁성 금품의 규모가 10억~2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신 이사장은 호텔롯데가 지난 2013년 8월 롯데제주 및 부여리조트를 인수ㆍ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지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사들여 부당이득을 봤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운호 전 대표의 법조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의 단서를 잡았고 지난 5월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롯데그룹 정책본부와 계열사를 압수수색해 그룹 차원의 비리를 본격적으로 캐기 시작했다. 검찰은 신 이사장 소환에 앞서 입점 로비가 이뤄진 기간에 호텔롯데 롯데면세점을 책임진 대표를 조사했다. 또 신 이사장의 아들이 소유한 명품 유통사의 대표가 로비관련 증거자료를 파기토록 지시한 사실을 확인하고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검찰은 신 이사장과 정 전 대표 간 금품거래를 입증할 단서를 상당수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사법처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영자 이사장의 뒷돈 수수 의혹은 근본적으로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불투명한 경영 행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롯데는 굴지의 재벌그룹이지만 극도로 폐쇄적인 기업경영을 해왔으며 극히 일부 계열사만 상장된 상태다. 비상장 기업 중에는 가족회사가 많고 이 때문에 외부 견제와 감시는 전무한 상태다. 신 이사장도 이런 지배구조 속에서 활동을 해왔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명품 유통회사도 신 이사장의 아들이 소유하고 있다.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기업의 폐쇄성이 부패의 온상이 됐다는 점이 확인되는 셈이다.
그룹 내 각종 자회사의 생존 능력도 의심스럽다. 신 이사장과 아들, 딸이 소유한 시네마 통상과 시네마 푸드는 롯데쇼핑의 부당한 지원을 받다가 지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후 신동빈 회장이 회장직을 승계한 지 2년 뒤인 2013년 특혜 계약이 해지되자,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태로 전락해 올해 초에는 청산절차에 들어갔다. 특혜가 없으면 존립조차 불가능한 회사를 만들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롯데그룹에는 이 밖에도 롯데 계열사의 일감을 독점해 생존하는 가족회사가 적지 않고, 이들 기업 중 일부는 비자금 조성 창구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전근대적인 불투명성과 가족형 기업행태로는 더이상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을 초래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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