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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상담의 본래목적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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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상담의 본래목적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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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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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SPO)들이 여고생과 성관계한 사건을 경찰이 조직적으로 묵인·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경찰서 서장(총경)들이 사실상 주도했고, 경찰서 과장들이 뜻을 같이 했다. 또 부산경찰청 감찰계장(경정)도 문제의 경찰관들 가운데 1명의 사표가 수리되기 전에 여고생과의 성관계 사실을 알았는데도 묵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경정)은 경찰관 1명의 사표수리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것을 알면서도 다른 1명의 비위행위 제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경찰 특별조사단(단장 조종완 경무관)은 지난 12일 부산경찰청에서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조단에 따르면 부산 김성식 연제경찰서장과 정진규 사하경찰서장은 문제의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사표를 내기 전에 사건 보고를 받고 묵인한 뒤 주무 과장들(경정)과 논의해 사건을 덮었다. 김성식 서장은 5월 9일 정모(31) 경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보고받고 집무실에서 여성청소년과장, 청문감사관, 경무과장과 논의한 뒤 징계 없이 사표를 받아 처리하기로 했다. 정진규 서장은 6월 9일 김모(33) 경장의 비위행위를 보고받고 여성청소년과장, 청문감사관과 논의해 같은 절차를 밟았다. 김 경장에게 사표를 종용한 정황도 있었다고 특조단은 설명했다. 서장들은 당시 성관계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한 뒤 이를 윗선에 보고하거나 공개하면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묵인, 은폐했다고 특조단은 밝혔다. 연제경찰서는 6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글이 오른 뒤에도 부산경찰청에 "비위 사실을 모른 채 의원면직 처리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부산경찰청 감찰계장과 아동청소년계장은 각각 5월 25일과 5월 26일 연제서 정 경장 사건을 파악했다. 감찰계장은 그동안 이 사건을 6월 1일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동청소년계장의 인지 사실은 이번 조사로 처음 밝혀졌다. 감찰계장은 특히 사하서 김 경장의 사표가 수리되기 전인 6월 13일 사건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
학교전담경찰관의 부적절한 행위 못지않게 문제인 것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할 경찰 간부들이 거꾸로 묵인ㆍ은폐에 나섰다는 사실이다. 연제경찰서 서장은 부적절한 처신을 보고받고 간부들을 불러 논의한 뒤 징계 없이 사표를 처리키로 했으며, 사하경찰서장도 똑같이 행동했다. 사회적 파문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한다. 또 부산경찰청 감찰계장 등은 사건을 파악했으나 그대로 덮었고, 결국 해당 경찰의 사표가 수리되도록 했다. 특히 감찰계장은 사건이 공개된 후에도 "비위 사실을 몰랐다"고 허위보고했다. 경찰청 감찰기획계장도 사건을 파악했으나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어느 한 사람도 비위 사실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니 허탈할 뿐이다.
특조단은 경찰청장과 부산경찰청장은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부산청장은 관리 감독 책임을 물어 징계 대상에 올렸다. 당장 시민단체들은 경찰 수뇌부에게 면죄부를 준 셀프감찰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찰 수뇌부가 몰랐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성토하고 있다. 틀린 지적이 아니다. 일선 경찰이 사회적 파장이 큰 비위행위를 저지르고 감독자들은 은폐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경찰 수뇌부가 아무 보고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경찰조직은 병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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