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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탕감과 모럴해저드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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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탕감과 모럴해저드의 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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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0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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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 규모가 214만3000명, 25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금융위원회는 31일 금융 공공기관장, 금융권별 협회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소멸시효 완성채권 처리 방안을 마련했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금융회사가 채권 추심을 포기한 채권이다. 시효는 상법상 5년이지만, 법원의 지급명령 등으로 15년, 25년으로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국민행복기금의 소멸시효 완성 또는 파산면책 채권이 73만1000명에 5조6000억원이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금융 공공기관이 50만명에 16조1000억원이다. 이들 채권은 다음 달 말까지 소각한다. 채무자는 자신의 연체 채무가 소각됐는지 해당 기관별 조회 시스템이나 신용정보원 통합 조회 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민간 부문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지난해 말 기준 91만2000명에 4조원으로 금융감독원이 추정했다. 은행 9281억원(18만3000명), 보험 4234억원(7만4000명), 여신전문금융 1만3713억원(40만7000명), 저축은행 1906억원(5만6000명), 상호금융 2047억원(2만2000명)이다.


이번 결정은 그동안 금융업계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소멸시효 완성채권에 대한 추심이나 매각을 금지해 왔지만 불법·편법적 추심이나 시효중단 조치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한 데 따른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상법상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난 금융채권으로 채무자는 합법적으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많은 금융회사가 법원의 지급명령 등을 통해 시효를 15년 또는 25년까지 연장해 관리해 왔다. 소멸시효가 완성돼도 채무자가 일부 빚을 갚으면 채무가 부활한다는 점을 악용, 금융기관들이 채무자에게 채무상환 의무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들이 일부 선납금만 납부하면 원금을 대폭 감면해 준다고 유혹해 소멸시효를 무력화하는 편법을 사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소각하면 채무가 부활할 가능성은 원천 차단된다. 금융위는 9월 1일부터 채무자가 연체채무의 소각 여부를 해당 기관의 조회시스템이나 신용정보원 소각채권 통합조회 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빚 권하는 폐습을 버리고 서민들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면서 "우선 금융 공공기관들이 모범을 만들고 민간 금융기관은 업권별 협회가 중심이 돼 자율적으로 채권을 소각하고 시효연장 관행도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빚의 노예로 장기간 고통받는 채무자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의 책무로 볼 수 있다. 역대 대통령들도 서민들의 채무 부담을 줄여주는 공약을 내건 바 있고 이중 상당수가 실행됐다. 대신 원금 일부를 감면해 주고 이자를 낮춰주는 '채무 재조정' 방식이었다. 이번처럼 원금을 전액 없애주는 조치는 전례가 없다. 정부가 나서 빚을 전액 갚아줄 경우 결국 국민 혈세가 투입돼야 하고 채무자들에게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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