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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현실에 맞는 보완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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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현실에 맞는 보완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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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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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28일로 시행 1주년이 맞았다. 학교에서는 학부모 면담 때 촌지나 케이크 등 선물이 사라지고, 식당에서는 각자내기(더치페이)가 흔해지는 등 청탁금지법의 효과가 뚜렸해졌지만,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액을 정한 이른바 ' 3·5·10' 규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서는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을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까지 허용한다. 현행 시행령이 허용하는 기준은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이를 '3·5·10만원 규정'으로 부른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까지는 금품을 받아도 된다. 무엇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금품수수를 제한하는 법이므로, 친지·이웃·친구·연인 등 사이에서 주고받는 선물은 청탁금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이 법이 추석에 친지와 이웃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데 지장을 초래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특정 직종 부진 등의 관점에서 가액을 조정한다면 새 정부 반부패정책 기조에도 맞지 않고 국가의 청렴 이미지 제고에 손상을 준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의 틀을 닦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역시 지난달 발간한 저서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에서 "한우나 굴비도 100만원이 넘지 않으면 직무와 관련 없이 받는 것은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청탁금지법 이전에 공무원 행동강령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3·3·5만원'이었다"며 "지금 청탁금지법의 부작용이 부풀려지는 것은 이전에 행동강령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교직원·언론사 임직원 등 약 400만명에 적용된다. 접대 비용은 식사 3만원·선물 5만원·경조비 10만원(약칭 3·5·10)을 넘지 못한다. 2011년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했고, 국회 입법과 유예 기간을 거쳐 5년 만에 시행됐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 1년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한국사회학회가 최근 일반인 1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9.5%가 "청탁금지법에 효과가 있었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와 교직원 5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학부모의 83%, 교직원의 85%가 "촌지 관행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기업 경영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27일 국내 5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접대비가 작년 동기보다 15.1% 줄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농수축산물 판매액이 15~30% 주는 등 지난 1년간 최대 2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기·소상공인 3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6.7%가 매출이 감소했고, 60%는 경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훼업계와 식당업계의 피해가 심각해 존폐의 기로에 놓인 업소가 적지 않다고 한다. 국회에는 현재 '3·5·10'인 접대 한도를 '식사 10만원·선물 10만원·경조비 5만원'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정부에서도 이낙연 국무총리,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앞장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국민권익위의 이런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 사회의 청렴 문화가 확실히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올해 1월 발표한 2016년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은 176개국 중 52위였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국 중에는 29위였다. 이제 겨우 기틀이 잡힌 청렴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할 만하다. 하지만 기존의 사회 관행에 맞춰 영업해온 요식업소 등이 이 법 시행으로 무더기 폐업 위기에 처해 겪고 있는 현실을 방관만 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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