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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기술유용 뿌리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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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기술유용 뿌리뽑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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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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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를 낮출 목적으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다른 업체에 빼돌린 혐의로 수억원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소기업 기술유용을 근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처벌 사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에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함께 부장·차장·과장 직급 담당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매출액 2조6513억원에 달하는 국내 대표 건설기계 업체다.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5년 말 '에어 컴프레셔'(압축 공기를 분출하는 굴삭기 장착 장비) 납품업체인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18%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자 두산인프라코어는 제3업체에 핵심 부품 제작 용접·도장 방법, 부품 결합 위치 등 상세한 내용이 담긴 제작도면 총 31장을 2016년 3월∼작년 7월 5차례 전달해 에어 컴프레셔를 개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제3업체가 납품을 시작하자 이노코퍼레이션은 작년 8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이에 따라 납품단가는 모델에 따라 최대 10%까지 낮아졌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하도급업체 도면을 가지고 있던 이유는 2015∼2017년 30개 하도급업체를 대상으로 '승인도'라는 이름으로 기술자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제품을 위탁한 대로 제조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하도급업체가 작성하는 도면으로, 제조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어 기술자료에 해당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단 한 건도 서면을 제공하지 않고 하도급업체 도면 총 382건을 손에 넣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렇게 얻은 이노코퍼레이션 승인도 11장에 기술자료 20장을 추가로 받아냈다. '에어탱크 균열원인을 확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2016년 이노코퍼레이션에 추가 자료를 요청했다.


이 부품은 직전 1년간 사실상 하자가 없었다. 이노코퍼레이션이 추가 제출한 자료는 바로 제3업체로 보내져서 이 업체의 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공정위 조사 결과다. 법이 정한 기술자료 요청의 '정당한 사유'가 없어서 역시 하도급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다른 하도급업체인 '코스모이엔지'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냉각수 저장탱크 납품업체인 코스모이엔지가 작년 7월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하자 두산인프라코어는 거절했다. 대신 이 회사의 냉각수 저장탱크 도면 총 38장을 넉 달에 걸쳐 5개 다른 사업자에게 전달했다. 이들 5개 사업자는 결국 조건이 맞지 않아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고 코스모이엔지는 현재 인상한 가격으로 납품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협력업체 기술유용 행위는 건전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기술발전을 위해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과제다. 대부분의 매출을 원청 대기업에 의존하는 작은 협력업체들로서는 그동안 웬만큼 억울한 일을 당해도 원청업체를 상대로 법적 싸움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생존권을 쥐고 있는 원청업체와의 힘든 싸움에서 설령 이기더라도 뒤따를지 모를 불이익이 두려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기술유용 근절'을 선언한 공정위가 업종별로 나눠 직권조사에 나선 이유다. 공정위는 대기업 기술유용 행위에 대해서는 더 단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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