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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5] 서길원 칼럼-연말정산과 증세없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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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5] 서길원 칼럼-연말정산과 증세없는 복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5.01.28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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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증세 없는 복지’는 아이의 둥근 빵을 빼앗아 한 번은 네모로, 한 번은 별 모양으로 만들며 한 입씩, 한 입 씩 베어 먹는 어른의 또 다른 행태이다.‘13월의 보너스’가 어느 날 갑자기 ‘13월의 폭탄’이 되어 가계를 박살내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정부와 여당이 사상 초유의 연말정산 소급적용 방침을 발표했지만 여론의 분노는 식을 줄 모른다.

30년을 넘게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가 술잔을 앞에 놓고 “350만원 가량의 세금을 환급하게 됐다“며 얼굴에 핏대를 세웠다. 월급을 받기는 커녕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여 부족분을 보충해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보험료며 각종 공과금이며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매월 일정금액을 보내는 그로서는 연말정산이 ‘아닌 밤중에 홍두께’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사례는 후배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평범한 유리지갑 셀러리맨들이 공통된 사항이다. 화가 날 만도 하다.

담배값은 또 얼마나 올랐는가. 올해부터 담뱃값이 한 값당 2,000원 인상됐다. 한꺼번에 80%나 올랐다.한 달 월급 전체를 털어 넣고도 환급액을 채울 수 없는 후배나, ‘끊어야지’하면서도 끊지 못하는 흡연자들이, 그리고 흡연자도 아니고 큰 소득자도 아닌 ‘국민’이라는 이름의 많은 셀러리맨들이 분노하는 것은 단순히 연말정산의 환급액이나 담뱃값의 인상만은 아니다.아이가 갖고 있는 둥근 빵을 네모로 만들어 주겠다며 한 입 빼앗아 먹고, 다시 네모진 빵을 별 모양으로 만들어 주겠다며 또 한 입 베어 먹고, 나중에는 세모로 만들어주겠다며 빵을 빼앗아가는 어른의 속내를 정부의 조세정책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증세 없는 복지’라며 성립할 수 없는 정책에 집착하면서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정부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증세 없는 복지’는 아이의 둥근 빵을 빼앗아 한 번은 네모로, 한 번은 별 모양으로 만들며 한 입씩, 한 입 씩 베어 먹는 어른의 또 다른 행태이다.실제로 정부는 각종 ‘우회 증세’나 ‘편법 증세’등 빵 모양 바꾸기를 통해 매년 5조- 6조원의 추가 세수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빵 모양 바꾸기의 대표적인 것이 올해부터 시행된 담뱃값 인상이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이 세수확보가 목적이 아니라고 한다.

국민들의 건강증진이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란다. 그러면서도 담뱃갑의 포장지에 흡연경고 그림을 넣는 것은 미뤘다. 혹시 흡연경고 그림이 흡연자들에게 혐오감을 주어 담배 소비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상상일 것인가. 국회 예산정책처도 담뱃값 인상이 정부 추정치인 2조8천억원의 2배에 가까운 5조원 이상의 연간 세수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어디 그뿐인가. 지난해 연말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인상돼 국민들이 호주머니에서 현재보다 연 5,000억원을 더 내야 한다.

개정안은 현재 지방자치단체별로 1인당 2,000원에서 1만원 범위에서 부과되는 주민세를 ‘1만원 이상 2만원 이하’로 인상하고 영업용 승용차나 승합차, 화물차 등의 세율을 100%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국민 팔목 비틀기’와도 같은 정책도 함께 추진된다. 경찰청과 고용노동부 등에서도 벌금과 과태료 등의 징수 목표를 늘려 잡고 있다. 공공질서를 위반하여 벌금과 과태료 부과를 많이 받을 수록 정부정책에 호응하는 것이고 애국하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그러면서도 기업의 법인세 인상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시행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결연한 입장이다.

유리지갑만 털내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러면서도 절대로 증세는 아니다라고 오늘도 정부는 우기고 있다. 내가 자주 가는 한 식당에 이런 글이 벽에 붙어 있다. “손님이 짜다고 하면 짜다!”. 손님이 짜다고 하는데도 종업원이 “싱거운데 왜 짜냐고 하느냐”고 말대답을 해서 사장이 직접 써 인 글로 보인다. 적절한 인용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이 증세라면 증세이다”. 국민과 싸우려하지 말고 증세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연말정산 파문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는 첩경이다. 솔직함 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특히 정부정책은 더 그렇다. 유리지갑이 깨지기 전에 할 일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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