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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메르스에 묻힌 가뭄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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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메르스에 묻힌 가뭄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5.06.1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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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때이른 무더위와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있지만 거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의 여파로 40년만 찾아온 사상 최악의 가뭄에 대한 심각성은 뒷전인 분위기다.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의 흉년으로 물가는 불을 보듯 급상승할 것이고 이로 인한 서민경제는 직격탄을 맞게될 것이다.15일 물가협회에 따르면 양파 1kg 도매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뛴 817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봄배추 2.5kg 가격도 2680원으로 지난해보다 80%나 폭등했다. 마늘 3kg 가격도 73% 오른 1만1300원을 기록해 벌써부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기타 농산품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에 있어 가뭄이 몰고올 후유증이 농가 수확물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하되는 추석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정부와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메르스와의 전쟁을 치루면서도 가뭄이 장기간 이어지자 대책마련에 집중하고 있지만 하늘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국민안전처는 최근 중북부지역의 가뭄피해 확산에 따른 선제적 대응을 위해 국토부·농식품부·환경부·기상청 등 관계부처·유관기관·지자체 실무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다.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이 하늘만 처다봐야할 처지에 놓였다. 기상청은 장마가 제주와 남부지방은 예년과 비슷하게 이번달 20일경 시작되겠지만 중부지방은 다음달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해 당분간 중부지역의 가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처럼 당분간 비소식이 없자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2월에서 5월까지 전남과 경남지역은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았지만, 서울·경기의 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52%, 강원 영동지역은 44% 수준에 불과해 가뭄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주요 댐의 저수량도 6월1일을 기준으로 평년에 견줘 소양강댐 70%, 충주댐 61%, 횡성댐 73% 등으로 최저점을 경신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200~1500㎜로 세계 평균 900㎜보다 1.4배가량 많다.그러나 인구밀도가 높고 비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되는 관계로 바다로 그냥 흘러들어가는 양이 많아 국제기준으로는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다.하지만 이를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가뭄과 홍수 문제는 역사시대 이전부터 언제나 있었지만, 이상기후 현상과 함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 문제점이 있다.한반도는 1980년 이래 5~7년 주기로 크고 작은 가뭄이 발생했으나, 2008년 이후에는 2~3년 주기로 가뭄 발생빈도가 잦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국가차원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물은 농업용수 등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자원이고,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 사람이 살기 좋은 곳과 나쁜 곳은 기온과 함께 물이 얼마나 풍부한 곳인가에 의해 좌우된다.옛날에도 훌륭한 왕을 가늠하는 잣대는 ‘치산치수(治山治水·산과 물을 다스려 재해를 막는 일)’에 있었지만, 기우제를 지내는 것을 제외하면 왕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삼한시대부터 한반도에 의림지·동경지·대제지·수산제·벽골제·공검지 등 저수지가 있었던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2000년 전 에도 그냥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우리나라와 같이 강수량이 여름 한철에 집중되는 국가가 물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댐 건설이 중요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국토개발계획에 따른 댐 건설 이후로는 환경문제 등의 이유로 뜸해지고 있다.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사업 과정에서 각 수계의 담수량을 늘린 것이 그나마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효과면에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와 같이 기후가 변하면 2050년의 쌀 생산량은 181만t으로 정상기온에서의 생산량보다 100만t 넘게 줄어 식량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더욱이 논농사 면적이 감소되면서 논이 가지고 있는 담수능력도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어서 쌀 생산 감소와 함께 물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개연성이 높다.현실적으로 대형 댐의 건설이 쉽지 않다면, 가뭄이 국지적으로 다르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지역별로 중소형 댐 혹은 저수지의 신설·보강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이와 함께 댐의 담수량 조절시스템도 점검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총 강량은 큰 변화가 없어도 호우기의 강우량은 더 많아지고 갈수기의 강우량은 더 적어진다면 각 댐의 수자원 관리방식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과거의 패턴에 의존해 물을 관리하면 갈수기의 물 부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발전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전국의 수자원을 종합적으로 통제하는 지능형 관리시스템 구축을 서둘려야 한다. 물 소비량을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물 사용량은 282ℓ로 일본·미국과 함께 세계 최상위 수준이고, 유럽 선진국과 비교하면 거의 2배가량의 물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물 소비량이 선진화의 척도라면 물을 많이 사용할수록 바람직하겠지만 물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우리가 일상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물을 생산하는 비용을 감안해서라도 최소한 그냥 흘러버려 낭비되는 물이라도 줄이려는 범국민적 노력이 절실하다.메르스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정부가 적극나서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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