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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작은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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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작은 기다림
  • 김찬겸 울산광역시 중구 남외동
  • 승인 2014.10.06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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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뭔가? 보고서 한 장에 오타가 벌서 몇 갠가? 그리고 이 문장은 주어가 어디고 무얼 하겠다는 건가? 다시 써와!!”상사의 호된 질책에 주눅이 든 부하는 머리가 온통 미로가 되어 어디부터 보고서를 손봐야 할지 더욱 난감해 하며 자리를 뜬다. 가을 하늘은 맑고 높기만 한데, 보고서 작성으로 뜬 눈을 샌 부하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밤 새워 작성한 보고서 한 순간에 물거품이런 일은 우리 회사의 일상이죠 우 남들은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에서하나하나 배워 간다는데 우린 왜 우 반전 “오~! 여기 오타 하나 발견. 그리고 여기는 문장구조가 복잡하여 이해하기가 어렵군. 그럼, 총 2건 2000원 인가? 이거 요즘 영~ 장사가 안되네 그려.”“우리가 이렇게 돼지를 키운 지도 벌써 몇 년이 되니 이젠 꿀꿀이 밥 주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야, 뭐 일부러 밥 주려고 보고서를 엉망으로 작성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팀장님 제가 재검토하니 다음 장에도 오타가 하나있었습니다. 발견 못 하셨으니 팀장님도 여기 꿀꿀이에게 밥을 주셔야 되네요.”이렇게 모인 꿀꿀이 밥은 매 분기 지역 장애아동 시설에 성금으로 전달된다. 얼마 되진 않지만 이런 취지로 조금씩 모인 성금을 전달하는 날이면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그렇게 마음 뿌듯할 수가 없다.그런데 이제 조금씩 걱정이다. 처음엔 매 분기 전달하던 약소한 금액이 이젠 반기로 때론 년으로 늘어가고 있다. 회사 업무의 질적 향상이 뒤 따르는 일이라 좋지만 전달 금액과 전달 횟수가 줄어드니 한 편으론 기쁘고 한 편으론 미안하다.전자는 개그프로그램의 모 코너를 잠시 패러디하였고 후자는 한수원의 모 부서 저금통 이야기를 조금 각색하였다. 이런 후자의 활동도 부서에서 묵묵히 해 오던 일이라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선 작은 기다림의 설렘이 일었다. 작은 선행의 물방울이 모여 대동 사회라는 큰 바다를 이룰 것임을.한수원호 어디에 선간 이렇게 중심을 잡아가며 업무의 망망대해를 해쳐가는 부서와 직원들이 있어 더없이 기쁘기만 하다. 이들의 작은 선행이 알려지지 않는 건 하나도 안타깝지 않다. 남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랴, 그들이 있어 지역사회의 뿌리는 썩지 않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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