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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고독사가 남긴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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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고독사가 남긴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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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2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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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처우로 생활고를 겪던 20대 언어재활사가 고시원에서 쓸쓸하게 숨지고서 보름 가까이 지나 발견됐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5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황모 씨(29·여)가 숨져 있는 것을 관리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황씨의 시신은 이불을 덮은 채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부패 정도를 봤을 때 숨진 지 보름 가까이 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유서 등 자살과 관련한 물건도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황씨가 숨진 고시원 방 내부는 집기가 모두 치워졌지만, 코에 스치는 냄새로 그가 숨진 뒤에도 오랫동안 방치됐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조사 결과 황씨는 프리랜서 청각장애아동 언어재활사로 일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고시원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자격증이 없으면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바우처사업'에 지원할 수 없어 황씨는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경제적인 빈곤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황씨는 아버지에게 가끔 용돈을 받았지만 월세 43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보증금 100만원도 다 떼인 상태였다. 8000여명에 달하는 언어재활사의 절반은 월수입 200만원 이하다. 전체의 11%는 월급이 100만원 이하일 정도로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
경찰은 평소 몸이 약했던 고인이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시원이라는 곳이 옆집에 사는 사람을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 환경이다보니 주변에는 고인의 얼굴조차 기억하는 사람도 없었고 시신도 관리인에 의해 발견됐다니 삭막하기 그지 없다. 서울의 경우 1인 최저생활비가 월 164만원이라는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상당수가 생존을 위협당하는 경제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숨진 여성의 경우는 건강 문제까지 있었으니 어려움이 더 했을 것이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상의해 도움을 받을 길이 없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2015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경우 2가구 중 1가구는 빈곤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빈곤상태란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소득만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국민의 상대빈곤율이 13.3%인 것에 비교하면 월등하게 높은 수치다. 그만큼 1인 가구의 경제상황이 열악하고, 사회적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의미다. 또 18~24세 청년의 경우는 5명 중 1명 꼴로, 25~29세는 10명 중 1명 꼴로 상대적 빈곤상태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상대빈곤율의 기준이 되는 중위소득의 50%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78만원이니,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다. 빈곤 청년 문제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어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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