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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발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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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발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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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5 1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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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지난 여름날 혼자서 밥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다. 그 집은 장어가 정말 맛있는 집이다. "아줌마 장어국 하나 주세요" 자리에 앉아 음식 주문을 하고 TV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얼마 후, 허름한 차림에 한 중년 남자가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서서히 인상이 구겨졌다. 다름아닌 그 남자에게서 코끝을 찌르는듯한 지독한 발냄새가 나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인상을 쓰고 코를 막으며 그 남자를 처다보며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 댔다.

"아줌마 장어 2인분이랑 장어국밥 3개 준비해 주세요" 남자는 주문을 한뒤, 물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닦더니 양말을 벗고 발까지 닦는 것이였다.

"저런 신발끈!!!! 저 양반이 도대체 지금 뭐하는 짓이지.. 예의 없이 식당에서 뭐하는 짓이지!!..." 난 속으로 남자를 욕하며 화가 나는데도 꾹 참고 빨리 먹고 나가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분 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아주머니 한사람이 들어왔다.

"응, 여보 여기야" 남자가 손을 흔들며 아이의 엄마와 아이를 맞이 하였다. "빛나야, 아빠 저기 계시네, 가서 인사드려야지?" 아이는 그 남자에게 뛰어가 와락 안겼다. 그리곤 남자는 아이와 엄마에게 말했다. "아이고, 내새끼!! 여보!! 온다고 고생 많았지?" 아이의 엄마가 말했다. "아니에요, 당신이 집에도 못오시고 이렇게 고생하시는데 당연히 우리라도 이렇게 와야죠"

"아빠, 보고싶었어요. 헤헤.. 근데 아빠한테 이상한 냄새가 자꾸 막 나~" 아이는 남자에게서 나는 냄새에 코를 막으며 얘기했다. "아이고, 우리 새끼~ 아빠가 급하게 온다고 씻지를 못했어요. 엄마쪽에 가서 앉아 있어, 아빠가 담에는 씻고 올게요. 미안해 내새끼 허허~" 여자 아이가 말했다. "괜찮아 아빠, 난 그래도 아빠가 좋아요. 여기 앉아 있을래요. 히히~"하며 아이는 남자의 양반다리 위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어서 남자가 말했다. "여보~ 우리 빛나 생일인데, 급하게 오느라 케익도 하나 준비를 못했네, 이거라도 많이 먹어. 아이고 우리 빛나 생일인데 아빠가 선물도 하나 못사주고 담번엔 아빠가 꼭 너가 갖고 싶은거 사줄께, 알겠지?" 아이가 말했다. "아니에요 아빠, 난 선물 같은거 없어도 아빠만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빨리 집으로 와요. 알겠죠? 히히~"

남자는...."그래.. 어서 먹자, 당신도 어서 먹어. 남자와 가족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이 엄마가 말했다. "여보 왜 장어를 안드세요? 어여 드세요, 다 식겠어요" 남자가 대답했다. "아냐, 난 사실 현장에서 밥을 많이 먹고 와서 배가 불러, 아 글쎄 안그래도 배가 부른데 간식이라며 빵이랑 우유까지 주지 뭐야~ 그것까지 먹고 나니 배가 너무 부르네, 내 걱정말고 빛나 많이 먹이고 당신도 많이 먹어"

그렇게 가족들은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음식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때 쯤, 남성이 아이엄마 에게 입을 열었다. "여보, 떨어져 있으니까 내가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고생이 많지? 정말 미안해, 조금만 참아, 내가 더 열심히 해서 우리 세 식구 한집에서 꼭 행복하게 살게 할테니까!!....내가 사업확장에 무리하게 투자만 하지 않았어도 부도가 나진 않았을텐데, 여보.. 미안해.. 너무 미안해..."

아이가 말했다. "아빠, 나 이거 더 먹어도 돼?" 남자는 눈시울이 빨개지며 말했다. "응.... 그래 더먹어, 우리 새끼 배가 많이 고팠구나...아줌마!! 장어 1인분 더 주세요" 아이의 엄마가 말을 거들었다. "빛나야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나, 그만먹자 응 착하지? 아주머니 됐어요, 놔두세요~ "

곧바로 그 남자가 말했다. "여보, 왜그래.... 괜찮아 더 시켜 우리 빛나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아줌마 그냥 주세요~.. " 그리곤 남자는 물을 한잔 마시고 밖으로 나갔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식당을 등지고 담배를 피고 있었다. 가게를 들어올 때의 밝은 모습이 아닌 어깨가 축 늘어진 모습은 너무나도 초라해 보였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그의 심정이 느껴지며....그랬다. 남자는 사업에 실패를 하고 공사 현장에서 하루하루 일을 해 일당을 받는 공사장 잡부인 것이다. 그래서, 남성은 돈이 넉넉치가 않아 가족들에게 넉넉하게 생일파티를 해줄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마음이 너무나도 아려왔다. 그래... 아이의 생일인데, 아버지로서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동시에 남자가 식당에 들어 왔을때의 나의 생각과 행동이 부끄러웠다. 나 자신에게 짜증도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르며.... 왠지 모를 답답함에 밥숫갈을 놓고 카운터로 갔다. 그리고는, 아주머니에게 좀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아주머니, 듣기만 하세요, 저쪽 테이블에 장어 3인분 더 갖다주시고 계산을 이 카드로 해주세요 "그 즉시,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신발을 신고 도망나오듯 식당을 나섰다. 근처 공원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보려고 해서 본 것도 아니었고 들으려고 해서 들은 것은 아니다. 배가 많이 고팠는데, 밥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오만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만감이 교차하며 지금의 나와 옛날의 나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난 분명히 발냄새 때문에 그 중년 남성을 째려보고 속으로 욕을 했었다.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야 한다며 주변에게 말하며 살아 왔던 나였건만, 정말이지 부끄러웠다.

다시금 나 자신을 되돌아 보며 역겨운 '발냄새'는 마음으로 맡을 것이며, 향기로운 '향수냄새'는 코로 맡아야 한다는 것을...

 

[전국매일신문]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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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준. 2023-01-30 08:58:25
좋은 글이네요? 직접 쓰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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