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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강원도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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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강원도의 지도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3.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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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지도책이 사라진지 오래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여행을 가거나 길을 찾으려면 지도가 필수적이었다. 웬만한 자가운전자들은 차량 안에 전국 도로망을 상세하게 표기한 지도책 하나쯤은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이젠 모두가 추억이 됐다.

지도책을 보기도 힘들고 돈을 주고 살 이유도 없어졌다. 가끔은 연간 일정과 계획표를 그려 놓은 다이어리 뒤편에 형식적으로나마 그려져 있는 지도를 볼 수 있다. 세계지도와 한반도 그리고 서울과 부산 등 광역도시를 자세하게 표기해 놓은 지도이다.

하지만 다이어리 뒤편에 있는 지도도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주 오래전부터 담아 오던 것을 버리지 않았을 뿐이다. 최근에는 지구촌 어디라도 가고 싶은 곳을 쉽게 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인공위성으로 위치를 찾아 세계 각국 언어로 가고 싶은 길을 안내해 준다. 종이지도에 의존할 필요가 아예 없게 됐다.

종이로 만든 지도책은 우리 일상에서 멀어졌지만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는 간혹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래도 장거리 여행을 할 경우 내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눈대중으로 한번쯤 살펴보고 가는 길이 편하기 때문에 고속도로 상황을 체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지도를 보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고속도로가 없는 해당지역 사람들만 느끼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국토의 균형발전과 G7선진국을 운운하는 시점에서 창피한 일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한번쯤 남한의 지도를 살펴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눈으로 보아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가 그려져 있는 국토의 등이라고 할 수 있는 오른쪽 중간 부분은 휑하다. 마치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사막과 같다. 강원도 태백 삼척 영월 정선과 경북 봉화 울진 등 강원남부와 경북 북동부 지역이 해당된다. 정권과 정치권은 그동안 국토개발을 경부축 호남축 등으로 발전시켜 왔다.

수도권의 고속도로는 거미줄처럼 엉켜져 있고 부산과 대구 대전 광주 등은 고속도로가 촘촘하게 건설되어 있다. 그러나 강원남부와 경북 북부지방은 수도권을 통하는 4차선 도로 1~2개 노선과 시속 50km의 무궁화 열차가 전부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국토의 변방에 살고 있는 오지중의 오지사람, 육지속의 섬으로 지내고 있다.

강원남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 동네에도 고속도로 하나쯤은 건설해 달라는 것이다. 두개도 아닌 단 하나이다. 벌써 오래전부터 요구했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아직 생각도 안하는 눈치이다. 동해 태백 삼척 영월 정선과 충주 제천 단양 진천 음성 안성 평택 등 12개 시장군수는 ‘동서고속도로추진협의회’를 구성해 틈만 나면 고속도로 건설을 정부에 요청했다.

평택~삼척구간 동서고속도로는 1997년 착공해 2015년 평택~제천까지 공사가 완료됐다. 우선 착공구간으로 선택된 여기까지만 해도 무려 18년이 걸렸다. 하지만 제천~삼척구간 123km는 마치 휴전선처럼 고속도로가 끊겨져 있어 국도를 통해야만 해당 도시로 진입할 수 있다. 그나마 제천~영월 구간 29km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완료돼 모두 1조979억 원을 들여 2025년 착공해 2031년 개통할 예정이다.

그리고 영월~태백 구간 49.7km와 태백~삼척 구간 42.6km는 모두 3조5453억 원의 사업비가 예정돼 있으나 예비타당성은 물론 착공계획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필요한 절차를 거쳐 2040년쯤 돼야 고속도로를 완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최장기간인 50여년쯤 걸리는 공사가 될 것이다.

분단된 지역도 아니고 해저터널을 연결하는 대공사도 아니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을 만들어야 하는가? 정말 창피한 일이 아닌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발의한지 99일 만에 통과시키면서 인구가 좀 적고, 국회의원 수가 좀 적다고 이렇게 괄시할 수 있단 말인가? 무려 28조원이나 들어가는 가덕도 신공항을 부산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30년까지 준공하겠다는 정치권의 밀어붙이기식 추진은 조금 센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집권여당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동서고속도로 제천~삼척 구간에 필요한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 이들 지역 주민들의 눈물겨운 고통과 불편함을 보더라도 조기건설을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여권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소외된 강원도를 위해 오랜 숙원 사업인 고속도로 건설에 집중 지원하는 것도 자랑스러울 것이다.

표를 의식해 눈에 보이는 정치는 이제 안 통한다. 정말 소외된 지역을 살펴보고 필요한 사업을 지원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권이 할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21세기 선진국으로 가는 대한민국이다. 더 이상 지역 이기주의와 힘의 논리에 의해 밀어 붙이는 국토개발은 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 남은 미래의 땅 강원 남부지역에 고속도로 노선이 하나쯤 그려질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간절히 염원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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