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인의 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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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정치인의 자질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7.08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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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정치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해지면 정치가 스마트 해지고, 정치가 스마트 해지면 나라가 스마트해진다. 사회가 합리적으로 운영되면 다수가 수긍하게 될 것이고 소모적인 갈등으로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이는 국가적으로도 큰 이익이다. 30대 제1야당 당수,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가 가진 직(職)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36세 ‘새파란’ 제1야당 당수라니. 그것도 ‘새빨간’ 보수당에서. 외신으로만 접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헌정사상 최초라고 한다. 우리 정치사에 유례가 없던 기현상으로 국민들도 오랜만에 접하는 정치권의 신선한 변화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그런데 나이 말고 주목할 게 또 있다. 이준석 대표가 이공계 컴퓨터공학도 출신이라는 점이다.

우리 역대 정치지도자 중 이공계 출신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었지만, 빛이 바랬다.이 대표는 정치권에 영입되기 전 프로그래머였다. 실력도 상당하다고 한다.코딩(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하는 프로그래머는 논리적인 사고(思考)를 필요로 한다.

요즘 이 대표가 내놓은 공약이 주목을 받는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 때 국가직무 능력표준 NCS 같은 것을 자격시험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코딩만큼 전문적인 지식은 아니지만 출마자가 기초적인 자료해석 능력, 컴퓨터 활용능력이 있는지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첨엔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인가 했지만, 당선 후에도 이 대표는 기회 될 때마다 공약 실천 의지를 밝혔다.

제21대 여의도에 입성한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역대급으로 낮다. 여·야 불문이다. 공천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 검증이 뒷전으로 밀려 벌어진 일이다. 그 결과는 개원 1년여 만에 ‘30대 0선, 제1야당 대표의 출현’과, 이에 허둥대는 여당의 모습에서 확인된다.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선거에서 소위 시스템 공천으로 압승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소속 의원들의 기소와 탈당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직자선거법상 기부행위 등 5가지 혐의로 기소돼 탈당한 이상직 의원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위안부 성금 사용 등과 관련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 역시 굳건히 당과 금배지를 지키고 있다. 이웃 정의당으로부터 호부견자(아버지는 호랑이, 아들은 개)소리까지 들은 김홍걸 의원도 배지를 놓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 12명 의원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탈당 등을 권유받았지만 탈당계를 제출한 의원은 달랑 5명뿐이다.야당인 국민의힘이라고 다를 게 없다. 지난 총선을 자질 검증이 아닌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과 황교안 대표의 사천이란 비난 속에 치렀다. 이로 인해 마땅히 얻어야 할 의석까지 잃었으니 폭망은 예견된 결과였다.

피감기관 공사 수주 의혹을 산 박덕흠 의원이 탈당했고, 부친의 편법 증여 의혹을 산 전봉민 의원도 자진 탈당했다. 당직자에게 폭언·폭행 논란을 빚고 탈당했던 송언석 의원은 복당을 노리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 또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고 있지만 뜬금없이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가 매만 벌었다.

실제로 조폭이건 파렴치범이건 공천받고 당선만 되면 선량으로 대접받으며 온갖 신분상의 특전을 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 대한 검증은 내 편이냐 여부, 유력 정치인과 친분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이야말로 아사리판이다. 이런 정치판이 그들을 위한 정치는 해도,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리 없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그런 정치판에 ‘공천 자격시험’을 들고나온 것은 신선한 시도다. 이를 사실상의 상시 공천심사 역할을 하도록 해 인재 영입 구조를 바꿔 놓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드러냈다. 그의 정치 실험엔 여론도 호의적이다. 이 대표가 제안한 공직자 자격시험에 대해 물었더니 찬성 의견이 62.3%(알앤써치)까지 나왔다.

공천은 정당이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공직선거 후보자가 받드시 정당 공천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당 차원의 선거 지원을 받을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정당일수록 공천 경쟁은 더 치열하다.

때문에 공천은 선거 승리를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사를 볼 때 공천과정은 항상 공정하거나 정의롭지는 않았다. 그동안 특정 계파나 인물들이 공천권을 마음대로 행사하거나 계파 나눠먹기, 줄 세우기를 하면서 잡음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한국 정당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정당 공천 방식이 도입될지도 모른다. 이준석 대표가 ‘공천 자격시험’을 내년 지방선거 때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공천을 받으려면 기초적인 자료해석 능력, 표현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독해 능력 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질 논란이 끊이질 않는 지방의원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공적 역할을 하기보다 지역 유지로 행세하기 위해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에 줄을 대 공천받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장년 이상의 ‘컴맹’ 후보들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치권에 진입할 의지가 있는 젊은 세대에게 길을 터주자는 취지라면 공천 자격시험 논의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되든 지금까지의 관행보다는 더 나은 결과가 기대된다.

물론 이 대표의 시도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비판하는 그대들은 과연 낡고 부패한 정치판을 깨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성공학의 대가 데니스 웨이틀리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대표의 시도는 높이 평가해 마땅하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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