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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80] 추해지지 않기 위한 일상의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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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80] 추해지지 않기 위한 일상의 다짐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2.02.02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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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대선의 언어도, 초선의 언어도 어쩌면 그렇게도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는지, 다르면 정치가 아니고 권력이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이다. 올 명절 연휴는 여느 때와 달랐다. 즐겁고 행복했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우울하고 짜증으로 채워지는 시간이 더 많았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대확산으로 고향집 초입에 ‘오지 않은 것이 효도’라는 프랭카드가 내걸렸다. 명절의 만남을 핸드폰 영상통화가 대신했다. 핸드폰 속의 늙은 노모는 손을 흔들며 웃었지만 그게 웃는 것인가. 짧은 통화가 끝나면 노모의 얼굴엔 어설픈 웃음이 사라질 것이다. 대신 주름진 얼굴엔 겨울바람 같은 서늘함이 채워질 것임을 역시 늙어가는 아들이 모르지 않은 설 연휴였다.

코로나 확산을 뚫고 차를 타고, 배를 타고 고향집에 도착했다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 형제가 반갑기는 했지만 고향집 구석진 안방까지 침범한 정치판의 뉴스는 불편했다. 그중에서도 대통령 선거 관련 소식은 지긋지긋하고 무례하고, 어리석은 말로 현란했다. 말들은 찬바람에 날리는 성긴 눈발보다 더했다. 저급하거나 유치원생만큼 유치했다. 추했지만 그래도 ‘우리 편’은 환호했다.

‘우리 편’의 환호를 위해 보이는 속을 감추고 대신 화장발 선 얼굴을 내미는 모습은 어릿광대와 다르지 않았고, 토론회를 ‘한다’ ‘못한다’며 주고받는 꼴은 볼만했지만 측은했다. ‘우리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자신의 부족한 함량이 들어날까 보아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불쌍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파리 떼’가 윙윙거렸고, 도랑물 보다 얇은 지식의 정치평론가가 추함을 더했다.

‘정치 없는 곳에 살고 싶다’는 말이 명절의 덕담을 대신했다. 단둘이 살아도 정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 사람이니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괴로움이다. ‘찍을 후보가 없는 선거’라거나 ‘최악을 피하는 선거’라는 말은 연휴 기간에도 기한 없는 유효함이었다. 

누군가는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나를 맡기는 숙명이 욕됨을 확인하는 설 명절의 시간이었다.

그 선택의 시간에 민주당의 초선의원 40명이 기존 정치인들에게 책임의 손가락을 돌렸다. 송영길 대표의 인적 쇄신 기치에 화답한 것이다. 당 중진 및 86(80년대 학번, 60년대 생)의원들이 용퇴의 용단을 내라는 것이다.

설 연휴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이다. 택일의 날짜는 설 연휴에 자신들의 언어가 참신하게 알려지길 바라는 기대치다.

그들은 “‘생계형 정치’, ‘변화와 희망을 주지 못하는 정치’는 의미가 없다”면서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다선의 시간 동안 시대의 과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거나 국민의 고통을 덜고 희망을 보여 줄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면, 그런 정치를 계속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치를 하는 이라면 일정한 때가 되었을 때, 국민에게서 소환장을 받게 된다”면서 다선 의원과 86 정치인의 용퇴 결단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의 언어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용퇴결단을 촉구하는 기존 86 정치인과 다르지 않았다. 다르지 않은 고도의 정치 언어는 초선과 다선만 구분했다. 소환장은 다 선에게만 해당되고, 초선이라 해서 비켜 가는 것이 아니다. 정치 환멸의 대상을 ‘86 정치인’으로 묶어놓고 자신들은 때 묻지 않음으로 숨겠다는 의도가 정제된 언어 속에 비수로 꽂혔다. “이번 대선에 패하게 되면 우리 초선의원들이 앞장서서 용퇴하겠다” 라고 선언하는 것이 초선의 언어다.

초선의 순수함도, 결기도 없는 다선 같은 초선의 계산된 언어는 정치가 왜 손가락질을 받는지에 대한 까닭 하나를 더 할뿐이다.

대선의 언어도, 초선의 언어도 어쩌면 그렇게도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았는지, 다르면 정치가 아니고 권력이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다시 일상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과 질주하는 권력의 욕망이 지긋지긋한 일상이다. 그래도, 두 눈 부릅뜨고 누가 덜 추한지, 누가 덜 저급한지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덜 추해지고, 덜 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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