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그리움
상태바
[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그리움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2.23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그리움
                     - 이시은作

 
형체도 없이
내 곁에 머물면서
 
각인 된 조각보다
뚜렷이 살아
 
잊었는가 하면
문득
가슴 더듬는
 
달빛마저
숨죽인 밤
이불 한 자락 나누어 덮고
 
겨울밤보다
긴 이야기를 
풀고 있다
 
발자국도 없이 찾아오는
너를 안고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어떤 대상을 좋아하거나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 애타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자신이 그만큼 사랑하는데 상대방이 몰라주거나 어떤 사유로 떠났을 때, 
또는 내가 그런 사정으로 떠나야 했을 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이것은 이별의 순간에서는 참을 수 있지만 이별 후에 공허감으로 남아 잔잔한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슬픈 노래를 부르게 한다. 

황진이의 시 중에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 베어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님 오시는 날 굽이굽이 펴리라"는 임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마음을 형상화한 시조로 섬세한 여성의 정감을 두드러지게 나타내어 후세 사람들에게 절절한 그리움을 전하고 있는데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인 사물로 표현하였고 우리말의 우수성을 잘 살려 낸 작품으로 칭송받고 있다. 

우리의 문학사에는 수많은 그리움의 시가 발표되어 헤어진 연인과 남몰래 흐르는 애잔한 마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고 앞으로 다가올 삶의 역사에서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시은 시인은 사람이 어떻게 그리움을 풀어내는가를 가슴 조여 가며 풀어내어 애절한 정감을 주고 있으나 자신의 그리움은 발자국이 없이 찾아와 형체 없이 머물러 각인 된 조각보다 뚜렷이 살아있다는 것을 호소한다. 

잊었는가 하면 문득 가슴 더듬는 애절함을 더하는데 달빛마저 숨죽인 밤 이불 한 자락 나눠 덮고 있는 자신의 현실이 원망스럽다. 

그리움은 그런 것이다. 
잊으려 하면 더 떠올라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리움은 마약보다 무서운 병마다. 
꽃보다 아름다운 병마다. 
누가 가슴 속에 웅크린 그리움을 씻을 수 있겠는가.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