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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나무들의 궐기대회가 시작됐다...이오장 시인 '나무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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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도서] 나무들의 궐기대회가 시작됐다...이오장 시인 '나무가 생명이다'
  • 이현정기자
  • 승인 2022.04.03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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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 시인 [본인 제공]
이오장 시인 [본인 제공]

생명이 있어야 사람이라면 살아있는 나무도 생명이 있고, 나무가 살아있어야 사람의 생명에 필요한 물질을 준다. 또한 나무는 죽어서도 사람의 삶이 필요한 모든 것을 준다.

이오장 시인은 이렇게 한없이 베풀어주는 나무를 함부로 취급하는 나무들의 억울한 심정을 대신해 사람들에게 궐기하고 선언문을 발표한다.

하나, 나무는 지구를 가꾸고 지켜내는 파수꾼이다. 
둘, 항상 대지를 푸르게 하고 산소를 만들어낸다. 
셋, 생명을 살리는 생명수이면서 보호자다. 
넷, 다섯, 여섯, 가장 먼저 땅에 솟아난 생명의 근본이다. 
일곱, 삶의 터전을 망치는 인간에 대항하여 단결한다. 
여덟, 아홉, 인간들이 참회할 때까지 기다려준다. 

백가지의 나무들이 외치는 소리가 시집 전부를 차지하고 뛰쳐나와 거리와 들판을 달리고 인간사회에 큰 바람을 일으킨다. 이용만 하고 살피지도 가꾸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대항하여 나무들이 뭉친 것이다. 

이 시인은 사회적인 관심이 큰 소재로 시를 써서 발표하는 참여 시인이지만 서정과 서사를 아울러 발표하여 문단에 큰 주목을 받는 시인으로, 이번 신간 시집 '나무가 생명이다'(스타북스)는 생태가 파괴되어 나무들이 죽어가고 나무의 죽음만큼 사람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현실에 맞춰 나무들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심도 있게 파악해 출간했다. 

이오장 시인의 '나무가 생명이다'. [본인 제공]
이오장 시인의 '나무가 생명이다'. [본인 제공]

나무의 대표 격인 소나무를 읽어보자. 

산을 푸르게 가꿔/지상에 낙원을 만들었다/곧게 솟구친 몸통 사방에 뻗은 가지는/새들의 놀이터가 되었다/장마에는 홍수를 막고/가뭄엔 골짜기를 적셨다/짐승이 할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송진으로 보로하며/날카로운 잎으로 뿜어낸 피톤치드로/숲의 공기를 걸렀다/추위에 잘 견뎌 단단하고/결이 아름답다/크기가 커 기둥으로 쓰기 좋다고/불꽃 향기가 좋다고/마구잡이로 베어지더니/나의 종족은 점점 사라져 초라해졌다/이제부터 단호히 저항한다/우리의 삶을 방해하지 마라/소나무는 소나무의 방식으로/그렇게 살아가련다/인간의 방식으로 우리의 삶을/바꾸지 마라, 맨 처음 그랬듯이, 

이 시인은 "백가지 나무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어 시집에 갇히지 않고 세상에 울러 퍼진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삶을 위하여 나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연구할 때에 사람의 가치도 성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저자 이오장은 전북 김제 출생으로,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나무가 생명이다』 등 18권이 있으며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전국매일신문] 이현정기자
hj_lee@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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