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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왜 손을 놓지 못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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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왜 손을 놓지 못하시는가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3.1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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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왜 손을 놓지 못하시는가
                                   - 김영천作

잎이 지는 것도
순서가 있다 합니다 

역설처럼,
맨 먼저 피는 잎이 맨 나중에 지고
맨 나중에 피는 잎이
서둘러 지는 것도 있습니다 

혼신으로 붙들고 있는 것도
잎새가 아니라
내낸 붙들고 지내온 나뭇가지입니다 

우리의 생애처럼
삶은 애착이겠지요
끝끝내 붙든 손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겠지요 

함께 어울려 사는 내내
제 몸뚱이를 목숨껏 껴안은
저 외로움의 떨켜, 

혹시 그들의 오랜 키스가
아름다웁지 않으신가요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삶에 순서가 없다는 것을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쓸쓸한 가을 어느 날 나뭇가지를 붙들고 끝끝내 손을 놓지 못하는 나뭇잎에 하는 말일까. 

아니면 생을 다하고도 병상에 누워 끝끝내 삶을 놓지 않고 고통에 신음하는 노령의 환자에게 하는 말일까. 
또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뇌사상태에 빠져 가망이 없는 젊은 환자에게 하는 말일까. 

사람의 삶은 자연에서 얻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여기에는 순서가 없다. 
먼저 태어났어도 일찍 생을 다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사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자연의 생태라 누구도 간섭하지 못하며 바꿀 수도 없다. 한데 문제가 있다. 
요즘 백세시대라고 하며 오래 사는 것을 원하지만 실제로의 삶은 그렇지 못하다. 

늙어 갈 때가 되었고 실제로 생을 다했어도 병상에 누워 갖은 약과 의술을 동원 삶을 연장하는 예가 수두룩하다. 

삶은 아름답지만 억지를 부리면 초라해진다. 
김영천 시인은 약사로서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며 삶을 연장하는 사람을 수없이 경험했다. 
사람의 수명은 절대로 영원할 수가 없으며 다하면 죽음에 이른다. 

시인은 어쩌면 이런 삶을 보고 초라해진 인생에 한마디 던진 게 아닐까. 
나뭇잎 밑에 서서 "우리의 생애처럼 삶은 애착이겠지요. 끝끝내 붙든 손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겠지요" 하며 삶을 달랜다. 

그러나 나뭇가지의 떨켜를 향한 말이지만 사람에게 은은한 떨림을 준다. 
얼마나 아름답고 겸허한 시구인가. 
평생을 약사로 살며 우리의 삶의 값어치와 무게를 한 층 끌어올려 정중하게 현실을 표면화시킨 작품이 시인의 심성을 알려준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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