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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길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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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길을 떠나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6.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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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길을 떠나다
                    - 박재학 作

나는 돌아갈 것이다
흐려진 시간과 공간이 가까워지면
존재와 비존재의 접점에서
참 많은 얼굴들을 떠 올리거나
눈물이 아직은 온기가 있을 때
모든 것들이 멈춘 곳으로
나는 돌아갈 것이다
한때는 풍요와 자유를 누리던 영혼이
공간에 갇혀있다
밀려온 물은 때가 되면 가지만
공간을 떠나 다시는 시절을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
버리고 돌아갈 준비를 하는
나의 밤은 늘 어둡다
사라지기 위하여 길을 떠난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떠난다는 것은 뒤돌아보는 일이다. 
뒤돌아보지 못한다면 떠나지도 못하고 망설이다가 주저앉는다. 

돌아간다는 것은 떠나온 것이다. 
떠나왔기 때문에 돌아갈 곳이 있고 그리움이 발생한다. 

삶은 그래서 돌고 돌아가는 물레방아의 수레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되어 삶의 허무함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사람은 쉬지 않는 존재다. 
제자리에 머물게 한다면 자유를 잃었다고 반항하고 끝까지 싸운다. 

반대로 아무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함부로 하게 놔둔다면 폭력적이고 이기심이 쌓여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어려워진다. 

재제와 방종이 결합하여 적당한 선에서 묶는 것이 현명한 삶의 방법이 된다. 

떠날 때와 돌아올 때의 시점을 정확히 찾기란 어렵다.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떠남이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돌아오기도 힘들어 끝내는 고독의 수렁에 빠진다. 

박재학 시인은 떠남과 돌아옴의 시점을 정확히 찾은 것 같다. 
존재와 비존재의 접점에서 많은 얼굴을 떠올리고 눈물이 아직 온기가 있을 때 모든 것들이 멈춘 곳으로 떠나게 될 것을 암시한다. 

밀물이 때가 되어 떠나듯이 삶의 터전에서 잠시 비켜나 지긋이 바라다 볼 수 있다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삶을 원하기 때문이다. 

버리고 돌아갈 준비를 하는 밤은 늘 어둡다. 

사라지기 위하여 길을 떠난다는 것은 전부를 버리는 것 같지만 새 생명을 얻기 위함이다. 

보란 듯이 떠난다는 건 한때나마 풍요와 자유를 누리던 영혼을 찾기 위해서다. 

이래서 시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 것이지만 시인의 철학적인 사고는 인생의 허무를 논한 게 아니라 삶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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