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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비켜서 옮기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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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비켜서 옮기는 말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2.07.20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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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비켜서 옮기는 말
                    - 홍중기 作

 
오늘도 발품을 옮기며 내딛는
길바닥으로 짓밟히는 말들은
몸살을 앓으며 눕는다
 
새해에 가깝게 또는 멀리 던진
기분 좋은 말은 하얀 거짓의 탈을
씌운 당신의 얼굴이었다
 
당신이 만든 울타리는 꾼들을
불러놓고 한사람을 쓰러뜨려서
눈물을 쏟게 만들고 손뼉을 쳤다
 
새로운 둥지를 틀고 앉아서
낄낄대는 소리는 들개들의
먹이를 찾는 배고픈 울음소리냐
 
울타리를 기웃거리는 낯선 사람이
되어 비켜서는
발걸음은 무겁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삶은 자리 이동이다. 
있던 곳에서 자리를 옮겨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고 새것을 얻어야 삶이 보존되며 미래가 개척된다. 
말은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옮기기 전에 발생하여 사색의 틀을 부수고 나온다. 

결국 삶은 말이 앞서는 것이고 말을 따라간다. 
이것이 사람의 기본 삶이다. 
여기에서 말이 비껴가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옮긴다는 정의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삶이 비껴나게 된다. 
삶의 방향이 틀어져 길어지거나 짧아지는 모순을 겪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켜가는 말은 자신 삶에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잘못하면 사회 전체의 묶음을 흔들어 놓게 된다.

옛날부터 말조심이라는 단어가 가르침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홍중기 시인은 사람 사회의 기둥을 자처하며 언어의 순화에 앞장서는 시인이다. 
언어는 자신에게서 시작되지만 자신을 비껴가 타인의 삶에 영향을 준다면 죄악이다. 

언어의 비껴간 이동으로 인하여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단체와 국가의 운명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동시킨 당사자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길바닥에 짓밟히는 말이 몸살을 앓게 하고 거짓의 탈을 쓴 얼굴로 울타리를 치게 하여 당사자의 둥지를 짓밟게 된다면 사회의 구성을 허물어지고 마는 것이다. 

사람의 삶은 개인에서 시작 되지만 타인과의 결합으로 발전하고 평화를 얻는데 이것을 비껴가게 하는 헛말을 퍼트리는 사람은 구성원이 될 수 없다. 

누구라도 비껴갈 수 없는 시인의 충고를 귀담아듣자.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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