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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의 뼈아픈 자정노력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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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의 뼈아픈 자정노력 뒤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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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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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적이고 뿌리가 깊은 수영계의 비리가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수영계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10일 수영 국가대표 선발 등을 대가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대한수영연맹 전 전무이사 정모 씨(55)를 구속기소했다. 정씨에게 금품을 상납한 사설 A수영클럽 대표이자 연맹 총무이사 박모 씨(49)는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A클럽 소속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과 대한수영연맹 임원 선임 등을 대가로 2004년 2월부터 작년 4월까지 박씨로부터 119차례 총 2억3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마린보이' 박태환 선수의 스승으로 유명한 노민상 감독에게서도 비슷한 내용의 청탁과 함께 2009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30차례 총 90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현재까지 다수의 비리가 드러난 경영 외에 다이빙·수구·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등 다른 종목의 금품 비리도 수사하고 있다. 이기흥(61) 연맹 회장이 수영계 비리에 연루됐는지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수영계에서 제기되는 의혹은 점검하고 있다"며 "수사 상황에 따라 추가 기소 또는 추가 입건자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이런 '검은돈'이 오갔다니 국민이 국가대표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비리 유형도 가지가지다. 훈련비 등 명목으로 받은 지원금을 수십억원씩 빼돌려 탕진한 연맹 간부와 지역 수영연맹 소속 코치들도 있었다. 이들은 10억여 원을 강원도의 카지노에서 쓴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비리가 적발된 연맹 간부들은 6년 전에도 같은 비리로 수사 선상에 올랐다가 '면죄부'를 받았다고 한다. 국가대표 선발과정에서 정 전무가 박 총무이사로부터 뒷돈을 상납받았다는 내용의 진정서가 2010년 경찰에 접수됐고, 당시 정 전무는 선수 상벌과 국가대표 선발의 전권을 쥔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경찰은 정 전무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혐의가 인정되나 처벌할 정도는 아니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정 전무와 박 이사 간 상납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앞서 2007년 9월 서울시 수영연맹의 7억 원대 국고지원금 횡령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나란히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으나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진작에 수영연맹의 검은 먹이사슬을 끊을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비리가 눈덩이처럼 계속 불어난 셈이다.
이 같은 비리가 수영연맹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이 걱정스럽다. 체육계에서 소수 임원이 오랫동안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며 단체를 좌지우지해오다 비리가 싹 튼 곳이 비단 수영연맹만이겠는가. 수영연맹 정 전무는 2002년부터 14년째 전무를 맡고 있다. 애초 이번 검찰 수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영연맹에 비리를 이유로 지난달 초 보조금 중단을 발표한 직후 시작됐다. 당시 문체부는 대한사격연맹과 대한승마협회도 훈련비 횡령과 허위 훈련보고서 작성 등을 이유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대한야구협회도 최근 기금 전용 등의 문제로 감사를 받고 있다. 이런 비리가 그간 체육계가 국제대회 성적에 집착해 소수 엘리트 체육에만 매달려온 결과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마침 정부가 10일 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육성책을 마련했다. 스포츠 산업 시장 규모를 2018년까지 53조원 규모로 키우고 스포츠 산업 일자리도 6만개 신규 창출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이뤄지는 올해를 체육행정 선진화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생활 체육과 학교 체육, 엘리트 체육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이를 연계해 일자리까지 창출하겠다니 잘만 되면 체육계가 일대 체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체육계의 뼈아픈 자정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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