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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외모 차별 없앨 수 있을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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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외모 차별 없앨 수 있을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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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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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분당제생병원 성형외과 과장

사회에 만연한 외모 차별, 외모지상주의를 개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 문제가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한 것 아니냐고 염려도 하시는데 사실 생김새를 가지고 차별하는 것은 우리 시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성경에서마저 외모를 근거로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곳곳에 등장하니까요. 일례로 창세기에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모든 여자를 아내로 삼는지라" 라고 직설적으로 꾸짖는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인간이 지닌 여러 속성 중 외모를 의도적으로라도 평가절하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본인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니게 된 생김새에 대해 차별을 용인한다면 인류가 추구하는 사회적 공정이나 형평성과는 맞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외모와 관련된 문제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가치를 폄하하기 위한 논리들이 흔히 전개되어 왔습니다. 외모의 아름다움을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분석해서 외모 차별은 남성 권위주의 사회의 폐단일 뿐이라고 주장하거나 대중매체에서 예쁘고 잘생긴 인물들만 앞세워서 생긴 문화적 부작용이라는 견해들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여성분들도 못생긴 남자보다는 잘생긴 남자들에게 눈길이나 마음이 더 가지 않으시던지요? 성경 말씀이 기록되던 시대에도 대중매체가 발달했을까요.

또 역사 속에 등장하는 미녀들의 인물화를 비교해봤더니 미녀의 기준이 따로 있지 않고 시대나 환경에 따라 변하더라고 하거나 지구촌 특정 지역에서 행해지는 목이나 아랫입술을 늘리는 등의 신체 풍습을 예로 들면서 아름다운 신체 기준은 집단마다 다르다는 주장들도 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외모의 아름다움은 보편적이거나 일관성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주관적이며 심지어 그 기준을 임의로 규정할 수도 있으니 그로부터 파생된 외모 차별 현상은 무의미하고 무가치하다는 얘기이겠지요.   

그렇지만 이런 식의 논리를 펼치다 보면 우리는 곧장 이율배반에 빠지고 맙니다. 여러분은 꽃 한 송이를 고르거나 강아지 한 마리를 입양할 때도 더 예쁘거나 더 귀여운 개체로 선택하지 않으신지요? 게다가 그런 행동은 누구에게서도 비난받지 않을 만큼 당연시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는 그런 선택 본능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맞는다면 우리는 누군가를 아름답거나 못생겼다고 인식할 때마다 자신에게 주입된 미적 감각의 오류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살아야겠지요. 어떤 분들은 화원에서 꽃 하나를 고를 때도 결정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꽃은 정말 예쁜 것이 맞는 걸까 "라고 고민을하면서요. 사회 공정성을 위해 우리가 모두 이런 희극적 상황을 기꺼이 감수해야 할까요.

외모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는 취지에는 대다수가 공감하지만 그 논리적 배경에는 공감하기 쉽지 않은 것이 외모 논쟁의 현실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외모 차별은 성경에서도 우려할 만큼 해묵은 사회적 이슈였지만 그와 관련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는 불과 60년 전 무렵에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그 이전의 학자들은 외모 차별에 대해 연구하는 것 자체를 학문적으로 불결하게 여겼다고 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김진 분당제생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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